brunch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차이

그 갭을 줄이려고 노력하고는 있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내가 아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고 행하는 것은 같지 않다.

아는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신계의 사람이 아닐까 싶다만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것과 비슷하달까? 너무 자주는 아니다만.

오늘은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번갈아 타고 움직였었다.

대중교통에 타면 안으로 쑥쑥 들어가야 하고(그래야 다음 정거장에서 타는 사람들이 편하다.)

자리가 나면 안쪽부터 앉아야하는데(급식 지도할 때 누누이 강조했었다. 안쪽 좌석부터 앉으라고 그래야 나중에 오는 사람이 덜 불편하다고)

그런데 안으로는 들어갔는데 바깥 좌석에 앉았다.

몇 정거장 가지 않아 내리니 내릴 때 내가 불편할까 하는 생각에서 이루어진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보통 나의 일주일 마무리는 지하 커뮤니티센터의 사우나장에서 이루어진다.

집에서의 샤워보다 월등히 강한 수압으로 내려오는 샤워기의 물살과

일주일에 한번쯤은 체크할 필요성이 있는 신뢰성있는 체중계의 소유 장소이고

때를 밀고 욕조를 다시 한번 청소하지 않아도 되는 편함과

무엇보다도 42℃에 맞추어서 따스하기만 한 탕에 입수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후에는 그 사우나가 몹시 붐빈다.

이해는 한다. 모두 나와 같은 이유에서 방문하는 것일게다.

오전의 그 멋진 뷰를 가진 이화동 벽화마을 꼭대기 카페에서도(대문 사진을 참고하시라.)

대여섯명의 아주머니 팀의 시끄러운 수다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 사우나 탕에서는 오전보다는 더 연배가 드신 할머님들의 수다로 탕 전체가 쩌렁쩌렁 울려댄다.

공공장소에서는 조용 조용히해야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텐데

배우지 않은 사람은 없을텐데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나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목소리가 저절로 커질지도 모른다만.

지금 강의 나가는 대학 건물 복도에는 다음과 같은 명언이 붙어있다.

< 당신의 발소리와 목소리는 주머니 속에 잠시 넣어주세요. >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대부분 조용한 편이다.


어제 남산 산책길에서 단 하나 기분이 조금 그랬던 일은 붕어빵 때문이었다.

올해 첫 붕어빵을 하나 먹어보려고

회현역 근처 붕어빵샵(무어라 불러야할까 모르겠다. 포장마차 형식이기는 한데)에 들렀는데

3개 2,000원이라 적혀있었고 나는 3개는 필요없어서

1개만 사겠다고 했더니 1,000원이라 했다.

올해 첫 개시이니 그러려니 하고 사서 맛나게 먹었는데

아뿔싸 을지로 입구역에서는 3개가 1,000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순간 사기당한 심정이 불쑥 올라온다.

물론 내가 붕어빵 3개를 모두 먹을 수는 없고

남편은 혈당관리를 위해 팥이 듬뿍 들어간 붕어빵을 먹지도 않는데

괜한 욕심이 생기는거다.

물욕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자는 내 미니멀리즘의 모토가 한낱 붕어빵에 순간 무너지다니.

이성은 식탐 앞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오늘 동대문역과 혜화역에서는 붕어빵숍에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나는 오전에 이미 낙산공원 일대에서 12,000보를 걸었고

남편에게는 날이 좋으니 햇빛 받으며 비타민 D 합성도 할 겸

산책을 권유했는데 같이 나갈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내 다리의 피로도가 남편과의 산책의 보조자 역할보다 더 중요했다.

나는 출근을 해야하는 사람이고

남편은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니

내가 꼭 산책까지 보조를 해야하나 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걸음걸이에 힘이 생긴 것을 며칠 전 확인한 것이 바탕이 되기도 했다만.

또 내가 같이 걸어가면서 잔소리를 하는 것이 남편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혼자 마음 내키는대로 그 만의 속도로 그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만

나의 비겁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남편은 양배추, 고구마, 상추, 그리고 떡 하나를 사들고 들어왔고

달지 않은 그 떡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이론적으로는 아픈 남편 옆에 붙어서 살뜰하게 살피면서 산책을 같이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어느 것이 더 나은 것인지는 남편만 알겠지만 굳이 물어보지도 않았다.

남편이 산책 나간 그 사이에 나는 남편방과 화장실 청소와 환기를 해두었다.

궁극적으로 이게 환자에게 더 나은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고백하건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는 삶을 살지는 못한다.

나는 평범한 생각과 일상을 보내는 사람일뿐이다.

물론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갭을 줄여보려고 평생 노력중이기는 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찐 가을 느끼기와 보너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