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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했던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

천만다행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평온하다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찔한 위기가 찾아온다.

왜 그런 것일까?

너무 교훈적인 삶 아니냐?

오늘 야채 도시락과 잠실역에서 산 미니김밥 반을 먹고

오늘 저녁 도시락을 계산할 내용에 대한 문자도 나누고 학교 카드도 받고

오늘 오실 강사님 차량 등록도 하고(지난번에 주차비를 지급했던 관계를 오늘 바로잡는 일까지 처리하고)

의기양양 강의를 시작했다.


다른 어느 날보다도 학생들은 열심히 참여해주었고

(혈액형 DNA 키링 만들기와 손가락 화석 만들기

개인 활동인데 모두 열심히 나름 최선을 다해주었다.)

금손인 학생들은 이미 만들고 손을 닦으러 갔고

똥손이 확실한 학생들만 남은 그 시간에

한 학생이 다급하게 달려와서 내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이 화장실에서 손을 닦으려다 쓰러졌다고 한다.

아찔하다.

큰일 났다 싶어서 화장실로 뛰어가보니

얼굴이 창백해진 여학생이 화장실 바닥에 앉아있다.

뒤나 앞으로 넘어진 것은 아니고 어지럽고 눈 앞이 깜깜해져서 주저앉은 모양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다.

마침 옆에서 그 과정을 살펴본 학생들이 119에 신고도 해주고

학교 보건실에도 알리고 최선을 다해서 옆에서 위로를 해주고 있었다.

(착하기가 그지없는 학생들이다. 표창장이래도 줘야한다.)

주저앉은 학생의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다.

아침에 먹은 것이 있냐하니 없댄다.

잠도 잘 못잤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배가 많이 자주 아팠다고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고

부모님은 멀리 계신다고 알리지 말아달라 한다.


일단 잘 부축하여 따뜻한 강의실로 옮기고

엎드려 있으라고 한 후 상황을 살펴보는데

다행히 혈색도 돌아오고 인지 상태도 명료하고 구토 증세등 기타 다른 유의할 상황을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학생들의 수업 마무리를 하면서도 마음과 눈은

계속 그 학생에게로 가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주기 위해서 위로의 말을 계속 건네고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얼마 뒤 보건실에서 출동을 했고 학생은 진정 상태가 되었고

119 출동을 자진 취소하겠다했으나 이미 출동한 후다.

한 시간의 공강 시간에 저녁 도시락 카드도 끊어야 하고

내 점심도 먹어야 마땅한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행이 119 및 보건선생님의 판단으로 학생은 자취방으로 이동해서 쉬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천만다행이다.

위기 상황이 분명했는데 그 사이 많은 사건 사고를 겪었던지라

많이 놀라지 않고 담담하게 학생을 살펴주었지만

(내가 놀라하면 당사자가 더 힘들어한다.)

사실 교강사 워크숍에서 이런 상황에서의 처리 매뉴얼을 듣지는 못했었다.

안전 관련 연수가 꼭 필요한데 말이다.

보건실 번호를 몰랐었는데 다행히 첫 발견자 학생이 신고해주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고맙다.


학교에 있다 보면 아찔한 순간을 많이 겪거나 보게 된다.

배구공이 얼굴을 강타하여 안경이 깨지고 눈에서 피가 나기도 하고

신나게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서는 못 일어나기도 하며

복도에서 치기 장난과 술래잡기를 하다가 다리가 삐었다고 울고 있는 경우는 다반사이다.

학생 상호간의 폭력 사태가 아니라면

가해자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학교안전공제회 등으로 치료비 처리가 가능하다만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으면 등에 땀이 쫘악 흐르기 마련이다.

내 자식이 그런 상황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오늘이 그랬다.

화장실에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등에 땀이 삐질 났었다만(오늘 날씨에도)

뛰어가보니 주저앉은 정도여서 마음을 쓸어내렸다.

창작 활동을 주로 하는 전공이 많은 관계로

학기말이라 전공 작품 제작과 모자란 수면 패턴과 그리고 식사를 제때 충분히 하지 않는 스타일이 많이 있다.

젊으니까 그 정도로 버텨지는데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는 것은 순간이다.

아찔했던 위기의 순간이 찾아올 때 그것을 잘 넘기려면 기초체력이 필요하고

그 기초체력은 먹는 것과 평소의 운동에 따라 결정된다.

잘 먹고 적당하게 운동하는 삶. 그것이 위기에서 나를 구해주는 방법이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미션인 드론 체험 특강이 남아있다.

저녁 도시락은 든든하게 먹으려 한다.


(대문 사진은 그 어수선한 시간에 금손 학생이 완성한 손톱 무늬까지 보이는 손가락 화석 키링이다.

어디든 금손은 존재한다. 물론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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