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히고 코막힌 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저런 사람이었었나?
요즈음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게 만드는 일이 종종 자주 일어나는데
질병이 사람을 저리 바꾸는 것인가
아니면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나를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
발단은 지하주차장 보수 공사였다.
며칠전부터 게시판에 공사 안내가 붙어있었지만
이리 대대적으로 하는 줄은 몰랐는데
어제 편의점을 갔다오다보니 후문을 큰 천으로
장막을 치고 다 막아두었더라.
그렇게 큰 천으로 막아둔 것은 누가봐도
그 쪽으로는 출입금지라는 강력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가운데 부분을 열고 들어오려면 들어갈 수는 있는데(차량은 절대 안되지만)
그것은 공사 관계자의 출입을 위한 것일거라 판단했다.
아마도 대부분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적어도 내 판단은 그랬다.
출입문 카드키를 안가지고 다니는 남편에게 문자를
두 번 보냈다.
정문쪽으로 와서 연락달라고.
카드키를 가지고 나가겠다고.
웬일로 문자를 봤고(예전처럼 못봤던게 나았을수도)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겠다고 답이 왔었다.
나는 강의 준비를 하면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뒤 대문 삐삐삐 열리는 소리가 나고 남편이 들어왔다.
어떻게 들어왔냐고 물었더니
(나는 카드키가 있는 다른 사람에게 묻어들어왔으려니 생각했다.)
출입금지를 의미하는 그 큰 커텐같은 막을 열고
그 틈으로 짠하고 들어왔다고 영웅담처럼 이야기한다.
머리가 띵하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놨는데 그 사이로 들어가는 것은 호기심과 억까가 샘솟는 사춘기 중학생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한 것은 자기는 아무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았고
니가 일하다가 나를 데리러 나오는 수고를 안하게 해주었다면서
당당함 그 자체라는 점이다.
세상에나.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처사이다.
그리고는 그런 것으로 자기를 나쁜 사람을 만드는 거냐면서 소리를 높인다.
나를 위해 그랬던거라면서.
아니 동기가 착하면 다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이냐.
하지말라고 하는 것은 안하는 것이 규칙이고 원칙인데
동기만 착하고 민폐가 아니었고 아무도 못봤고 걸어놓은 천이 안 망가졌으면 되는거 아니냐는
저 발상은 무엇이냐?
그런데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마도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남편말고도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심난하다.
아무리 아파서 내 위주가 편의가 되고
내 행동에는 원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본능이고
생각은 생각하는 사람 마음이라지만.
그리고 원래도 가끔 이상한 생각을 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기도 했지만.
예를 들어 신혼 초에 회사 가기 싫다고 내가 맹장수술을 했다고 회사에 거짓말을 했었다.
그때만해도 관련 서류를 내지는 않아도 되는
그런 시기였다만
세상 순진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착한 얼굴로 이런 일을 한다.
그때도 아무에게도 민폐를 끼치지는 않았다는 말을 했던 듯 하다.
민폐의 범위와 내용은 도대체 누가 정하는 것이냐?
자고 일어난 아침까지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개똥지바뀌와 빵꾸똥꾸(내가 하는 최고의 욕 비슷한 것이다.)의 그 어디쯤인가 분명히 남편이 있다.
나는 규칙을 잘 지키라고 평생 가르친 교사이다.
그런데 그것을 융통성이 없다고 쪼잔하다고
지나치게 걱정과 겁이 많다고(많긴 하다.)
사고가 폭이 좁다고 유연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남편이 그 중 한 명이다.
어쩌란 말인가?
<나 하나는 안지켜도 되겠지>라는 마음이 많아지면 규칙과 질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비규환이 되는 경우를 엄청 많이 보지 않았는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가치관이 흔들린다.
이 아침까지도 마음이 엄청 복잡해서
오늘 아침을 차려놓고 나가지 말까 했으나
고구마와 달걀 삶고 야채 씻어두고
후숙이 엄청 잘된 키위 잘라놓았다.
정을 떼려고 하는 일인지도
얼마안되는 좋은 기억을 없애려고 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별을 쉽게 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 행위에 나를 위해서라는 말은 절대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몹시 심난하고 어지러운 아침이다.
(출근하면서 보니 공사는 바닥 콘크리이트 양생이고
그 옆 블록으로 살살 걸어왔다연
신발자국이 찍히지는 않았겠다만.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