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는것보다 잃는게 많았을지도.
아침 일찍 서류를 받으러 목동으로 나선다.
지하철 타고 가는것도 지겨워서
용산으로 운동가는 아들 녀석에게 용산역까지 카풀신청을 했다.
다행히 받아주어 그곳까지는 편안히 갔고
간 김에 언제 또 오겠나 싶어서 용산역 뒷편 요새 뜨고 있는 핫플을 한번 둘러보고
(많이 바뀌었더라. 여전한 곳 몇개 빼고는 다 바뀐듯 하다. 하긴 이사간지 3년 6개월 차다. 바뀔만 하다.)
용산역에서 주먹밥하나를 사가지고
오목교역으로 간다.
기차역에서는 주먹밥이 끌린다. 요상하게.
오목교역에서 목동으로 걸어가 동생 두 명 집을 번갈아 방문하고 커피 한잔도 얻어먹고
남편 흉도 보고나서
그곳에서 강의할 대학교까지는 어떻게 가면 되는지 답사에 들어간다.
영등포역 대형쇼핑센터 앞에 셔틀이 선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그곳들을 지나
셔틀버스 탑승위치를 확인하고
사진도 찍어둔다.
내 기억력을 이제 믿지 못한다.
잠실역에서보다 30분은 족히 더 걸릴듯 하지만
어쩌겠나. 형편에 맞춰야지.
돌아가는 길에 서울숲과 성수 근방과 작별인사를 나누려했었다.
그런데 배가 고파오고
간단히 유기농마켓에서 무 하나를 사서
무밥을 해먹으렸는데
아뿔싸. 무 하나가 아니고 대문 사진의 저만큼이
한 세트 5,000원 이란다.
뒤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단 받아나왔으나
저걸 들고는 도저히 서울숲과 작별인사를 나눌수는 없겠다. 다음을 기약한다.
할수없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택시를 타고 귀가하여
갑자기 팔자에 없는 깍두기와 무나물을 만들었다.
이리저리 고단한 주말 오전이다.
부지런히 빨빨거리고 다녔는데
득보다 실이 더 많은것같은 느낌은 뭐일까?
먼저 화를 낸 남편은 아직 속이 안풀린듯 하다.
(무는 달고 맛있었다만 두 개가 남았다. 어쩐다?)
내가 놓친게 있다.
돌아오는 월요일이 항암주사날인데
그래서 신경이 예민하고 뾰족했던것일수도 있는데.
내가 봐주는게 당연하다 생각했을 수 있다.
남편 입장에서는.
그리고 오늘에서야 이야기하는데
남편의 최고 사랑 시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던거다.
상태가 나쁜것은 아니나
남편에게 뭐라 뭐라 하소연을 하셨나보다.
그러니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거다.
아니 그럼 자기 상황이 이러저러하다 말을 하지
왜 나한테 생트집을 잡고 화를 내는거냐.
나도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하다만.
이 나이가 되어도 제일 어려운건 사람과의 관계이다.
누구나 다 무지무지 유니크하다.
도통 머릿속을 이해할 수 없다.
무는 근처 미용실 사장님께 드려야겠다.
그분은 모르시겠지만 나의 이별 선물이다.
기쁘게 받아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