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혹은 친구.
대학교 강의를 나오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불려아할까가 잠시 고민이었지만
부를 일이 뭐 있을까 싶기도 했다.
중학교에서는 이름을 부르면 되었었고
막편 기억력 감소와 심해지는 안면 인식 장애의 이유로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때는 김씨라고 우스개 소리로 성씨만 부르기도 했었다.
이상하게 성은 기억나는데
이름은 한 글자씩이 기억이 안나거나 헷갈려서
틀리게 부르느니 그냥 성만 부르는 편법을 쓴것이다.
다행히 학생들이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었고
내 흉내를 내는 녀석들만 있었다.
김씨 ~~ 이렇게 말이다.
대학에 오니
<학생> 이라고 부르기는 너무 하대하거나 공식적인 호칭같고
학생수가 많아서 이름은 도저히 알 수가 없고(성씨도 모른다.)
그렇다고 옛날 나의 은사님들처럼 <자네>라고 부르기도 그렇고(특히 여학생들에게)
좋은 호칭이 없을까 물어봤다.
대학에 오래 있었던 막내동생부부에게.
동생은 <그대> 라고 높임의 뜻으로 불러준다는데
나는 영 간지럽고
제부는 <자네>라고 한댄다.
나는 최근에 <친구> 라고 몇번 이야기했다.
나랑 친구라는 뜻이 절대 아니고
그냥 이 친구 저 친구라는 지칭대명사 역할이다.
그런데 딱히 친구라는 호칭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만
좋은 대안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호칭이 그 사람의 마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 입에 붙지 않는 것이 있다.
남편에 대한 호칭이다.
한때 유행이었던 자기, 달링
이딴 호칭은 장난으로라도 해본적이 없고
여보도 영 마음에 들지않아
누구 아빠와 엄마로 부르는 형편이다.
어이라고 안불리는것을 다행으로 여겼던 시대도 있었다만.
이번 생은 그냥 이렇게 가련다.
입에 착착 붙는 호칭이 이제서야 나오기는 틀려먹었다.
강의와 회의까지 마치고
성심당 고구마튀김소보로를 하나 얻어 먹는 행운을 누리고(야호)
이제 퇴근길 셔틀버스이다.
일평생 선생님으로 불리웠던 나에 대한 그 호칭이 조금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존경의 뜻까지는 포함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만.
선생님으로 불리웠던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훈장이다.
지금도 제자들에게 나는 영원히 선생님일것이다.
제일 마음에 드는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