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발표 형태가 주는 배움
이번 주 강의는 학생들의 자료 탐색 그리고 발표로 이어질 예정이라
준비물도 많지 않고 내 목의 부담도 덜수 있고하여 시작하기 전 마음이 조금은 편했다.
물론 커다란 시트지와 올해 내가 주로 사용하는
레트로 필기도구 크레파스와
발표 내용을 기록할 코멘터리 인쇄물은 준비했다만
이 정도의 준비물은 적은 편이다.
과학 강의가 그렇다.
누군가는 퍼포먼스라 생각할지도 모른다만.
이론 50 : 실험과 체험 50 이렇게 준비되면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강의는 사전 준비도 중요하지만
라이브 방송처럼 순간 판단력과 응용 능력이 중요하고
이 능력은 경험치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어제 강의는 그 응용 능력이 잘 맞아 떨어졌다.
학생들은 다양한 국내 과학관과 전시물과
국외 과학관과 전시물을 탐색하고 각자의 자료를 발표했다.
이번 강의에서 학생들의 공식적인 발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발표까지 하고 그 내용을 잘 듣고 기록하는 이유는
이 강의 내용이 기말평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공지까지 했으니 아마 기억하리라 싶다.
그리고는 전공별로 모여서 오늘의 조별 활동을 해결한다.
오늘의 미션은 과학관의 전시물처럼
자신의 전공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내용을 학과에 관심이 있는 중고생들에게 소개할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발표 형태는 학회 포스터 발표 형태로 재빨리 변경하여 안내하였다.
앞으로 이 학생들이 분명 포스터 형태의 발표도 체험해봐야 할 듯 해서였다.
순간 판단이었는데 잘했다.
앞에 나와서 혼자 발표를 하고 공식적인 질문을 받는 발표 형태가 아니라
자신들의 산출물 앞에서(조별로 함께 있으니 답변의 압박을 나눌 수 있다.) 다수의 관람자를 만나고
그들에게서 다양한 시선과 시간차를 두지 않는 소프트한 형태의 질문을 받는 과정이 포스터 발표 형태이다.
일단 전공별로 포스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열의가 폭발했다.
자신의 전공에 대한 전문가적인 역량과 애정이 발휘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과학적인 내용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각각의 전공에 대해 잘 모르는 초심자가 봐도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게 만든 포스터가 잘 만든 것이라는 팁도 주었다.
우리는 항상 전문가 그룹에서만 생할하는 것은 아니고
초보자에게 우리의 활동이나 계획을 설명해야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례도 들어주었다.
주어진 20분의 시간 동안 학생들의 몰입의 정도가 다르다.
이거다. 내가 원했던 바이다.
그리고는 포스터 발표 시간이다.
자기네 산출물 앞에서 다른 조가 와서 산출물을 살펴보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치열하고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질문들이 오간다.
질문의 형태도 스타일도 그리고 답변의 퀄리티도 높다.
그리고 그 질의 응답에서 서로의 다른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전공별 융합이나 코웍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거다. 내가 원하는 수업 스타일이다.
그 과정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각 전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강의를 구현할 확률도 높아진다.
윈윈이다.
학회 포스터 발표에 갔을 때 제일 우울한 것은
내 포스터를 보러오거나 질문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이다.
연구 내용이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빼아픈 질문들이 오가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얼굴이 하야지는 그런 경우의 포스터 발표가 좋은 연구라는 반증이다.
무관심이 가장 나쁘다는 바로 그 경우에 해당된다.
똑같은 익숙한 형태가 아니라
포스터 발표 형태로 바꾼 순간적인 판단을 내린 나를 칭찬한다.
마지막으로는 그들이 만든 포스터를 사진 찍어두라하고
그 사진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하면 멋진 이미지 자료로 변신한다는 안내까지 해주고
두 가지 발표 형태를 경험한 강의를 마쳤다.
새로 출시된 나노 바나나 프로나 Gemini 3.0을 사용한 AI 자료들을 SNS에서 보면 너무 멋지더라.
그 과정까지를 경험해보는 학생들은 분명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나도 이번 방학에 새로운 AI를 이것 저것 체험해보고 유료 버전을 쓸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같은 주제 강의를 처음 하는 날이 가장 떨리기도 하지만 가장 만족감이 높은 날이 되기도 한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어제 아침에는 해를 찍고 저녁 퇴근길에는 초승달을 찍었다. 버스에서 찍은 것이라 확대해야만 초승달이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만 그게 어디냐. 그래서 대문 사진으로는 못썼다만. 그것만으로도 행운이 가득한 날이다. 할 수 없이 올해 마지막 단풍 사진을 대문 사진으로 올려놓았다. 단풍이 이리 이쁜지는 올해 확실하게 느끼는 중이다. 단풍놀이 갈만 하다. 그런데 오늘 사진은 약간 크리스마스트리 기분이 나기도 한다. 어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고 와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