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없이 방토 키우기
뭐든지 계획대로 술술 풀리는 날은 흔치 않다.
오늘 출근할때까지만해도 야구부 시합 출전으로 실험을 미루고
화학비료와 유기농비료에 대한 읽을 거리를 읽고 자료를 탐색한 후
과학글쓰기를 쓰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다.
그러나 야구부 시합 출전이 오후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오늘 이온 실험을 끝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표를 보니 1~4교시까지 4시간 연강을 한다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급히 시간표를 변경하고 학생들에게 안내를 하고 정말 오래만에 1~4교시 연강에 도전하였다.
초임때는 주당 24시간(그때는 토요일도 수업을 하였으나 하루에 4시간 수업을 한 셈이다.)에
담임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올해 나는 주당 19시간의 수업을 하는데 우리학교에서 수업을 가장 많이 하는 교사이다.
주 5일 근무이므로 4시간 수업이 평균인 셈이다.(학교 일정상 5시간인 날도 있다.)
3시간 수업을 하는 날은 심신이 평화롭다.
4시간 수업을 하면 조금은 힘이 든다.
5시간 수업을 하는 화요일에는 자리에 엉덩이를 붙일 시간이 없다.
연강 4시간을 하니 실험실에서 오전 내내 꼼짝하지 못했다. 화장실도 못갔다.
실험실을 비워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약품이나 실험기구 등이 있어서 안전상 위험하다.)
앞 반의 실험이 조금 늦게 끝나고 뒷 반이 들어오게 되니 나의 쉬는 시간 10분은 없는 셈이다.
이번 학기부터 실험 영상을 찍어서 조별로 구글 클래스룸에 올리고
그 영상을 공유하면서 잘된 점과 잘 못된 점을 알아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평소에 이야기하려던 실험상의 유의점을 자신들의 실험 영상을 보면서 파악하게 되니 말이다.
SNS, 유튜브, 숏폼 등에 익숙해서인지 영상 촬영은 어렵지 않게 수행한다.
점점 학생들의 촬영 기술도 늘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부분은 근접 촬영을 하고 얼굴을 안 나오고 손만 나오게 제법 촬영을 잘 한다.
전기전도도 측정기기에서 소리가 나거나 불이 들어오는 것으로 이온의 존재를 확인하고
용액과의 반응을 통한 앙금 생성 결과를 보고 특정 이온의 존재까지 확인하면 오늘의 미션이 끝난다.
남은 이온 음료와 탄산 음료는 조별로 실험 기구 정리 차원에서 나누어 가졌다.
오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야구부들이 이온 음료는 챙겨갔다.
이 음료를 먹고 힘을 내서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한다.(지금쯤 끝났겠다.)
연속 네 시간 수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내용을 네 번만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같은 내용을 일곱 번 수업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규모가 큰 학교에서는 그렇게 수업을 짜기도 한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말이다.
이제 학생들은 소금물과 설탕물을 먹어보지 않고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소금물은 전기전도도 측정기에 불이 들어오고 설탕물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