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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방문하는 일이 또 있으려나.

가본적도 없는 곳들이 아직도 있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부모님께서 정리하지 못한 땅들이 있다.

물려주실려고 의지를 갖고 계셨던 곳은 아니실듯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를 못하셨을거고

큰 돈이 된다거나 개발의 기대가 있는 곳도 아닐거고

(사람일은 모른다만)

세금만 꼬박꼬박 내고

어려운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고

여하튼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는 일 중 한가지이고

제일 분명한건 이런 문제를 내 아들 녀석이 또 겪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

정리에 들어가는 중이다.

올해 이전까지는 현업에 바빠 전적으로 신경을 쓰지는 못했었다.


이번에 정리하려는 부여땅은

일부는 농지이기도 하고 임야이기도 하며

저수지와 그 저수지의 둑이기도 한 복잡미묘한

작은 필지들이다.

소유자도 여럿이고

문화재보존 등의 이유로 개발 이슈는 더더욱 없고

누군가의 불법 점유 사건도 있으며

한번도 가본적은 없는 곳이다.

살면서 부여를 가본적이 한번도 없다만

어찌저찌 토지 소유자이기는 하다.

농지는 매매조건도 복잡하다.

남편도 이런 야리꾸리한 형태의 땅들이 있는것 같은데

정리할 생각을 안한다.

하긴 덩치가 제법 큰 공장도 정리가 안되는 형편인데

말해 뭐하랴.

남편 머리는 안복잡한가?

그럴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그거 정리까지 내가 하고싶지는 않은데 말이다.


하여튼 일단 서류는 준비해서 약속 장소로 나왔는데

계약은 다 끝나야 끝나는것이니

기대는 하지 않으려한다.

안되면 조금 멀리 산책을 나왔고

오랫만에 미국에서 나오신 막내외삼촌께

인사나 올렸다고 생각하련다.

기대하지 않는 삶.

그게 참 마음 편하기 그지없다.

(우여곡절끝에 정리가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다.

다음은 남한산성땅?기부체납해봐야겠다.

내 지분만이라도.)


이 글을 쓰고 이틀뒤 나는 다시 이 곳을 방문하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일 얄궂기도 하다만

이번이 진짜진짜 마지막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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