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주유소편
이사가 코 앞으로 닥쳐오니
이곳에서 일상으로 누렸던것 중에서
놓고 가야만 하는 아쉬운 것들이 마음에 남는다.
아쉽다는 것은 좋았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물론 이사간 곳에서 더 좋은 것을 만나면
싸그리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만.
사람 마음은 그리 요상하다.
먼저 단지내 후문입구에 딱 하나 있는 독과점 편의점이다.
사이즈가 큰 것도 아니고
따라서 물품의 양이 많은 것도 다양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아쉽냐고?
알바생 한 명이 친절하고 똘똘하며 사장님 역할을 다한다.
공부하다 알바하다하는게 틀림없는 그녀는
있는 물품과 없는 물품을 꿰차고 있고
위치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뭐가 있었음 좋겠다는 나의 바램을 현실화시켜 주기도 했고
내가 몰랐던 1+1 을 알려주기도 하고
다음번에 챙겨주기도 했다.
알바생이 그러기 쉽지 않다.
가끔 어머니랑 통화하는것을 들어보면(우연히 들린거다.) 다정한 말투이다.
편의점 그녀를 보면 씩씩하고 건강한 젊은이를 보는듯하여
편의점에서 득템한 1+1 상품보다 더 상쾌해질 때가 종종 있었다.
세상 많은 편의점이지만
그녀같은 알바생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거다.
그녀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집 반경 3Km 내에 가장 싼 기름값을 자랑하는 단지 앞 주유소는
다소 불친절하다. 아니다. 꽤 불친절하다만.
또 아파트 앞 미관을 해치는것에 틀림없다.
그곳까지 아파트 단지에 들어왔다면
아차산뷰가 완전 확보되었을 터이지만
접근 편의성과 싼 가격의 매리트를 나몰라라 하긴 쉽지 않다.
항상 대기줄이 있는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자율 주유를 익혔고
주유하는 과정을 숙지하게 되었으니
고맙기도 하다.
이사가는 곳의 휘발유값이 더 비쌀것 같지는 않다만
귀가길이나 출근길에 돌아가지않고
다이렉트로 주유를 해결한다는 큰 장점 하나는 사라지는것임에 틀림없다.
이사하는 날이 아마도 마지막 주유일이겠다.
아쉬운 것을 생각해보는게
싫었던 것을 생각해보는것보다
훨씬 정신건강에 좋을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아쉬움도 달래보련다.
D-8 이다.
(방금전 대형쓰레기봉투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생전 처음 곱게 화장한 알바처녀를 봤다. 이쁘다 칭찬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