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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고지가 제일 중요하다.

또한일은 싫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무리 일을 취미로 생각하는 나지만

그리고 일이 없는 것을

일이 밀려오는 것보다 두배는 더 싫어하는 나지만

제일 피하고 싶은 일은 한 일을 또해야 하는 것이다.

식당은 한번 가고 또 가고 싶은 생각이 나는 또간집이 최고일지 모르지만

일은 한번 했는데 비슷한 일을 또 해야 하는 그 상황이 최악이다.

나에게는 그렇다. 또한일은 달갑지 않다.

그래서 매번 강의도 조금씩 바꾸는 스타일인데 말이다.

모든 일은 사전에 그 내용을 잘 알려주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사전에 일을 잘 알려주려면 그 일을 꿰차고 있어야 가능하고

사수가, 업무 담당자가 그래서 중요한 법이다.

알고 있겠거니 누구에게인가 안내를 받았었겠거니 하는 생각이 제일 나쁘다.

요즈음은 톡으로 안내를 보내면 되니 그리 어렵지는 않다.

모든 일은 처음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한 법이다.


어제 아침 출근하자마자 톡이 들어온다.

월, 수, 금 내가 출근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화, 목에 안보내는 것이 어디냐?

에티켓은 충분하다.

먼저 드론 실습을 위한 기기 렌탈비 전자세금계산서 파일을 달라고 한다.

지난번에 모든 관련 파일을 보냈는데 거기에 없었나 싶어서

해당 업체 대표님께 톡을 드렸더니

전자세금계산서는 업무담당자 메일로 자동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지난번 내 개인사업체의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소동을 보면 그게 맞다.

그런데 업무담당자 메일을 지정해주지 않아서(담당자가 필요서류를 보낼 때 같이 주지 않았다.)

학교 대표 회계 담당자에게로 발송되었을 것이라고 친절한 설명을 주셨다.

현재 외국 출장 중이시라는데.(죄송하다.)

설명을 담당자에게 포워딩하니 모르는 눈치이다.

그 자리의 업무 3년차이고

12월에 다른 길에 도전하기 위해 그만두는 직원이다만.

그 건을 처리하느라 귀한 나의 아침

편의점용 구운 고구마를 먹는 시간이 10분은 족히 지체되었고

(고구마는 빨리 먹으면 목이 막힌다. 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맛있었다.)

업체 대표님말대로 회계 담당자에게 메일을 찾았다고 한다.

나에게 미리 메일만 함께 알려주었어도

아침 놀람은 막을 수 있었는데.


두 번째는 비교과 프로그램 결과보고서 관련 파일 정리이다.

간식비와 회의비 예산을 사용하고 곧장 보고서 및 관련 서류를 제출했었는데

아마 이제야 그 파일들을 살펴본 모양이다.

참가자 이름 사인을 한 파일의 행사 명칭과

보고서 파일 행사 명칭이 통일되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맞는 이야기이다만

이 예산은 모두 비교과 프로그램에서 활용하는 예산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같은 항목 중 그날의 활동 이름을 추가로 넣어둔 것인데

넓은 의미로 보면 아무 문제가 아닌데

협소한 시각으로 보면 맞추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나에게 파일이 있으니 맞추어 주는 것은

점심 도시락을 먹으면서 처리한다.

행정편의주의는 어디든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비교과 프로그램때 사용한 PPT 자료를 달라고 한다.

사실 드론, 광물, 레고, 천체 관측, 데이터 사이언스 부분은 내돈으로 소정의 강사비를 드리고

온전히 학생들을 위해서 각 분야 최고의 강사님을 모시고 운영한 형편이다.

드론과 레고는 그나마 학교 예산으로 기기 렌탈비라도 조금 지급했다만

활동 당일 강사님 차량 주차 등록 등으로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 번째에서 나는 약간 정색을 하고(아마 티가 났을 것이다.) 이야기를 했다.

[보통 강사비를 주거나 원고료를 지급하면 그분들의 PPT 자료를 공유받을 명분이 생긴다만

이 분들은 그렇게도 안해드렸는데(내돈 내산으로 강사비를 조금 드린 것은 학교에서는 알바 아니니까)

강의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것은 내 입장으로는

좀 면구스럽다.

아마 개인정보제공 차원에서도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특강 강사님이 자발적으로 주시면 몰라도.

일단 여쭤는 보겠다.]

이렇게 답변을 하고 오전 강의에 나섰다.

그런데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에 와보니 특강강사님들의 PPT는 없어도 된다한다.

이것은 또 뭔가.

그럼 특강의 경우는 무엇을 했는지 그냥 인정이고

내가 한 강의만 무엇을 했는지 증빙하라는 것이냐?

본교 소속인 나를 못믿는다는 것이냐?

그날 활동사진도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시점의 발동이다.

무엇보다도 신경질 나는 것은 처음부터

강의자료와 사진을 어떤 형태로 남겨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안내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결과보고서 파일 형태를 이미 물어봤음에도 말이다.

사전 고지하지 않고 자꾸 하나 하나씩 무언가를 추가로 요구하는

그 명쾌하지 않고 후진 시스템이 나를 화나게 한다.

마치 라면을 집어넣고 끓이고 있는데

(이미 시간이 꽤 지났는데)

꼬들꼬들하게를 그제서야 주문하는 남편 때문에 폭발한 것과 마찬가지 경우이다.

그래도 어제는 간신히 폭발은 하지 않았다.(잘 참았다.)


어느 기관이든 11~12월은 한 해 마무리 하느라 바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만.

그래서 요새 그리 마무리 공사가 사방에서 이뤄지고 있다만

제발 미리미리 사전에 자세하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오늘 오후는 탄소중립 연구팀 오프라인 회의인데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텐데)

아직 자료를 안올리는 한 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글을 안보실테지만요.


(후배들과의 단톡에 자꾸 달 사진을 올렸더니

이제 그들고 달을 잘 살펴보게 된다하고

이렇게 멋진 어제 달 사진을 보내주었다.

천문학으로의 초대 플러팅 성공인가.

자고 있는 사이에 누리호 발사도 성공적으로 된 듯 하다. 교신까지 완벽하기를.

학생들에게 초승달도 누리호 발사도

강의시간에 사전고지를 충분히 했는데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메일로 보내려나.

그 학생에게는 커피 쿠폰을 즐겁게 쏠 예정이다.

이렇게 내돈내산이 많아서

쥐꼬리만한 강사비보다 더 나가는게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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