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피같은 시간을 갉아먹는거냐
이틀전 찜찜하게 남겨둔 일을 정리하러 나선다.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져 영 내키지않는 길이다만
의무감에 옷을 겹겹이 껴입고 나섰다.
점심 먹을 시간도 애매하여 단팥도너츠 하나를 사들고 부동산에 들어선다.
마음씨 좋고 일 잘하는 사장님에게
봉지커피 한 잔을 얻어 먹으면서
남편공장 매매등 부동산 처리 현안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약속시간 이십분 전이었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되어도
매수자와 법무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번에도 늦게와서는 호들갑을 있는대로 떨어서 어지럽게 만들더니 말이다.
내 시간을 그들이 무슨 권리로 빼앗아가는지 모르겠다.
오후 중요한 회의도 있는데
그곳까지 이동거리도 꽤 되는데 말이다.
20분이나 지난후에 나타나서는
미안하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자기가 엄청 바쁘다는 말만 한다.
밉상 제대로이다만
다시 볼 게 아니므로 간신히 참는다.
일도 잘하는 사람이 물론 아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가 딱 맞는다.
그래도 끝까지 참는다.
이 일을 마무리해야하는 당위성이 더 크다.
그리고 드디어 일을 끝냈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택시안에서도 발을 동동 굴렀다.
시간 약속만 잘 지켜주었으면 이리 정신 사납지는 않았을텐데.
내 사라진 시간 20분은 누가 돌려준단말이냐.
20분이면 밥 한끼를 뚝딱 먹고
논문 한편 요약 정리를 읽고
브런치 한편의 구성을 충분히 끝낼 시간이다.
내 시간이 소중하면 남의 시간도 소중한 법이다.
누구도 내 시간을 갉아먹을 수는 없다.
이제 지하철을 탔으니 늦지는 않을것도 같다만
아직도 화는 풀리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