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어디냐
달리고 달려서 지하철을 탔고
광화문역 단골옷집에서
고리가 빠졌던 팔찌도 고쳤고
기모들어간 일자형 검은 바지도 샀으며
딱 내 머릿속 생각과 일치하는 아이보리 패딩도
찾아두었다.
그리고는 오늘의 회의 장소인 정동길의 명문 학교 과학실을 방문한다.
오랫만에 2년간 출근길이었던 그 길을 걸었다.
조금 쌀쌀했지만 좋았다.
돌아보면 기쁘고 즐거웠던 시기였고
그 길은 아직도 익숙한 내 길이다.
크리스마스 모자를 쓴 대문 사진의 전시물이 보이면
학교에 다 와간다는 증거였다.
크리스마스 모자 쓴것은 처음봤다.
비는 그쳤지만 은행잎 가득한 정동길을 걸어서 좋았고
(은행알을 피해 걷느라 힘들었다만)
열심히 연구에 참여해준 팀원들의 열정에 기뻤고
(역시 최고 수준의 분들이다.)
입체 안경을 쓰고 보면 높낮이와 지형이 다르게 보이는 선물을 받아 뿌듯했고(내일 강의에 가서 보여줘야겠다.)
오랫만에 들른 맛집에서의 갈비찜과 냉면 조합으로 조금은 색다르게 폭풍 저녁을 먹었다.(아들 녀석이 좋아하던 갈비찜이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각각의 연구 보완 미션을 해결하고 나면
1차 초안은 대략 완성될 듯 하고
검토진의 의견을 받은 후 수정을 거치면 되겠다.
물론 그 이후로는 자가진단도구를 만들어야지만
그것은 오늘의 자료가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오늘 일은 오늘 것으로만 마무리하자.
너무 많이 걱정하거나 근심하는 일이
앞날에 그리 많은 보탬이 되지않는 경우도 많더라.
(그래도 나는 걱정충 수준이다만)
저녁에 첫눈 예보가 있긴 했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지 싶다.
눈은 종강하면 오는걸로 했음 좋겠다.
그래도 오늘 마감은 해피엔딩이다.
그게 어디냐?
(집에 오니 저녁약속이 취소되었다고 밥도 안먹은 채 누워있는 남편이 있다. 후딱 황태떡국 끓였다. 항암약도 먹어야는데. 아이고 내 팔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