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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이 고비이다.

자잘한 고비인것이 어디냐?

by 태생적 오지라퍼

심심하고 무료한 하루 보내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나이지만

요즈음은 하루 하루가 고비이자

미션 수행일이자 시험보는 것과 같은 날들이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하루 하루를 넘어가는 중인데

내일만 일정이 없는 온전한 휴일이다.

지금 현재로는 그렇다.


오늘은 일정 폭발이다.

어제 많이 걸어서 밤 12시쯤 또 잠깐 발가락에

쥐가 났었고

(10,000보 이상 걸으면 그렇게 되더라. 오늘은 걸을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만)

탄소중립 연구팀 1차 결과물을 정리해서

검토위원에게 발송해서 검토를 받아야하고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것에 매몰되어 있으면 안보이는 것들이 있다.)

대학에서 운영한 비교과프로그램 결과보고서도 결재를 올려야하고(시스템이 달라서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물론 2차시 강의 2개도 소화해야 한다.

아직 난방 이슈가 해결되지 않아

다른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는 어려움이 있다.

마음이 몹시 바쁘고 빠른 출근을 해야하는 아침이다.

아침 시간의 학교까지 가는 길

교통흐름이 어떨지 오늘 처음 경험하게 된다.

그것부터가 도전이고 고비이다.


그 와중에 먹고 싶은 것들이 마구 생각난다.

몸이 약간 지쳤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단 월요일 대학 근처 맛집에서 사다 둔 청국장을 두부와 묵은지 빨아넣고 끓여 먹어야는데

남편과 제부가 모두 함께 식사할 예정인

목요일 저녁 메뉴이다.

얼큰한 동태탕이 먹고 싶어 밀키트를 주문해두었는데 오늘 먹을까?

어제 익숙한 예전 나의 퇴근길에서 오래된 맛집 생태탕집을 지나가는데 아는 맛이라

그 유혹을 참기 힘들었지만 시간 관계상 먹지 못했다.

내가 힘을 얻곤하던 그 돈가스정식집은 문을 닫았더라.

기차를 탈때마다 주먹밥에 끌리는 것은

요즈음 새로 생긴 증상인데

편리성과 배가 든든함을 동시에 줄 수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제 것은 김이 금방 축축해져서

맛이 반감되었다.

그리고는 요상하게도 새우가 가득 들어간

맛나고 자극적인 감바스가 먹고 싶다.

고기를 안먹는 남편과 막내동생인데

새우는 잘 먹을래나 싶기도 한데

감바스 소스 특유의 향이 아마도 힘을 주는 묘한 느낌을 좋아라할지는 모르겠다.

향이 주는 묘한 느낌을 별로 좋아라하지 않아서

향수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냄새가 강한 방향제도 좋아라하지 않는데

고수나 감바스 소스의 향은 괜찮다.

아마 처음부터 괜찮았던 것은 아닌데 익숙해져서인지 아들 녀석이 좋아라해서 그렇게 바뀐 것일지는 모른다.

감바스 만들어서 빵 콕 찍어서 먹으면 맛나겠다.

그러려면 맛난 빵이 있어야는데

오늘 학교에서 푸드과가 만든 빵을 사가지고

오면 되겠다.


글을 쓰면서 생각만으로도 침이 입안에 맴돈다만

실상은 아침 대신으로 남편이 사다놓은 호떡을 먹으면서 운전하여 출근하고

점심은 오랜만에 학식을 먹을까 아니면

사다둔 컵우동을 먹을까 한다.

원래 상상과 현실은 이렇게 다른 법이다.

어제 기차 여행에서의 낭만과 현실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역시 고비가 될 오늘도 잘 넘겨보자.

큰 고비가 아니고 자잘한 고비만 있다면

그까이거 할 수 있다.

(와 오늘 아침 운전이 제일 힘들고 오래 걸렸다.

내비언니는 왜 다른 길로 안내한 것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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