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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와 현실 한 스푼

발바닥에 땀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11시에 집을 나서서 이미 위치를 봐둔 조치원역에 여유있게 도착.

동생이 소개해준 맛집 베이커리에서

점심 대용 빵 하나를 사고(순한 맛이었다.)

약국에서 나의 필수품 진통제도 사고

(서울 마트형 약국보다 엄청 비싸다.)

서울행 기차에 타자마자 졸음이 몰려온다.

셔틀버스에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시츄에이션이다.


분명 눈을 감았는데

카톡 카톡 소리와

결코 적지않은 통화소리 벨소리 말소리

그리고 나보다 더 오지라퍼 옆자리 아주머니 때문에

짧은 취침이 끝났다.

할수없이 오늘 회의 자료를 검토한다.


며칠되지도 않았는데

서울역 지붕도 남산타워도

시청앞 스케이트장과 크리스마스 트리도

심지어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도

기만 하던데

그 중에서 나의 마음을 가장 몽글몽글하게 만든건

교보문고 앞의 저 글귀이다.

무얼 먹었는지가 궁금하면 분명 사랑하는거다.

누가 내 먹는걸 걱정해주겠는가 말이다.


그리고는 손잡이가 고장난 천가방의 수선을 맡기고

옛날에 단골이던 미장원 원장님과 수다를 떨고

교육청까지 걸어가서 빡센 회의를 하고

다시 걸어와서 고쳐진 천가방을 찾고

그 사이에 찜해두었으나 못먹어본 오니기리 세개를 포장해서는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돌아와서

회의 시간이 가늠이 안되어 넉넉하게 끊어두었던

귀가용 기차표 시간을 앞당겨 교체하데 성공해서

이제 막 기차에 탑승했다.

서울역은 출발점이라 미리 타고

좌석에 앉아서 런치를 쓰면서

출발을 대기한다는 참 좋은 점이 있다.


집 도착시간을 두시간은 족히 당겼으니

고양이 설이가 좋아라할것이다.

출발할때는 낭만 한 스푼 넣은

기차 여행이라 생각하기로 했지만

실상은 현실 업무를 보느라 발바닥이 불나서 뜨듯하다.

설마 밤에 쥐나는건 아니겠지?

마그네슘을 원샷할 이유가 충분한 날이다.

귀가 기차길 친구는 내 최애 <불꽃야구>의

어제 방송분이다.

최소 두번은 봐줘야 내용을 속속들이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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