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정리하기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고
말끔하게 정리가 되기도 하고
찝찝함이 조금은 남아있기도 한 연말이다.
나만 그런것은 아닐것이다만
항상 자기에게만 많은 일이 몰려온다는 생각은 늘상 매해 든다.
특히 이맘때쯤에는 그런 생각에 매몰되어 힘들기도 하다.
안 힘들고 평온했던 한 해란 있을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처리인지 정리인지 마무리인지 새로운 시작인지
도무지 알 수는 없다만
여하튼 주체적으로 진행한 일들 중 굵직한 것을 되돌아본다.
올해가 며칠 남지 않았고
연말은 공식적으로 정리정돈의 시기가 국룰이다.
먼저 친정부모님의 이천호국원 이장을 꼽을 수 있겠다.
아버지는 부산의 할아버지 아래 묘지를 희망하셨으나
그곳에 모셨다가는 우리가 1년에 한번 뵈러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 뻔하고(지금도 자주는 못간다만)
야외묘라서 자연의 세계를 다 맛보셔야하고
(그럴 리가 없겠다만 엄마는 나처럼 추운 것을 못견뎌하셨다. 엄마, 나, 막내 동생을 보면 모두 겨울철 목에 머플러를 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벌초 및 봉분 관리를 주기적으로 해주어야 하는데
나와 동생이 가고나면 그 일을 누군가 우리 자식들이 해주어야하는데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수고와 지속적인 관심도 그렇고 관리비도 물론 그러하다.
효도라고 강요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이런 저런 수고와 관심을 기울여서
새로 증축한 깨끗하고 안락한 이천호국원 탑층에 모시는 결단을 올해 여름 수행하였다.
그리고는 아직 못뵈러가서(섭섭하셨을게다.)
오늘 강의 전 들러볼까 한다.
강의 나가는 대학교와 30여분 거리이다.
그 거리인데도 한번 들렀다 오기가 쉽지 않았다. 죄송스럽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는 거의 매일 부모님을 떠올렸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더 추워져서 고속도로 운전이 힘들기 전에
그리고 아버지의 기일이 돌아오기전에 꼭 뵙고 오리라 다짐한다.
그리고는 부모님이 물려주셨던 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여땅은 엄밀히 말하면 나의 외할아버지 소유였다가 중요한 땅은 다 팔고 남은 자투리였고
하남땅도 아마 비슷한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외삼촌들과 엮여있는 것을 보면.
더 이상 가지고 있는 것이 재산상의 이득을 가져다줄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 역시 세금만 내고 여러 명의 소유로 복잡하게 묶여있는터라
우리 몫의 지분을 깨끗이 정리해서
아들 녀석에게는 이런 일이 전달되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물론 큰 돈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머리 정리를 했다는 그 상쾌한 마음이 제법 크다.
이제 내 몫으로는 남한산성 근처 땅만 남았고
(그것도 여러 명이 묶여있는 경우이다.)
비슷한 경우의 남편 소유 땅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만 내가 그것까지 처분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 나이가 그렇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보다는
무언가를 정리하는 나이이다.
이사를 하면서 또 꽤 많은 것들을 버리고 정리했다고 생각했으나
아직도 옷이 드레스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절대 옷을 사지 않으며 내년까지 입고 반은 버려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잘 될지는 모른다.
꼭 버리고 나면 그 옷이 생각나는 일이 생기더라.
아마 정리한 땅들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만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은 내 몫의 행운이 아닌거다라고 그렇게 생각해야지 어쩌겠나?
어제 잘 쉬어서인지 밤에 한번도 안 깨고
따라서 화장실도 안가고
한 방에 아침 다섯시 이십분에 눈을 떴다.
기쁘다. 가끔 이런 날이 와주면 수면의 질이 많이 올라갈 것이다.
어제 비였고 오늘은 많이 추워진대고
내일은 눈 예보가 있다.
내가 운전하지 않는 날에 눈이 내린다면
창밖의 눈구경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겠다만.
올해 처리한 일이 무언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써보니 별게 없다.
그럼 나는 왜 그렇게 바쁘게 종종거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