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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냐 글이냐의 차이

사소하지만 큰 차이

by 태생적 오지라퍼

의도치 않았는데 인스타에서 자주 보게 되는 영상이 있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나이의 모 교사의

일상 브이로그이다.

제법 오래전부터 매일 매일의 생활을 하루 1편씩 올리는 것 같은데

어느 날은 아주 개인적인 일과이고(주로 주말이다.)

평일은 주로 학교에서의 일과이다.(물론 퇴근 이후도 있고 없을때도 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나의 교사였던 시기의 일상과 유사한 점이 많아

이맘때쯤 그랬었지하고 스쳐지나가게 된다.

물론 옷 스타일과 피부와 체헝 관리에 엄청 신경쓰는 것은 나와 조금도 닮지 않았는데

그것은 교사의 일상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성향일 것이다.

가끔 학생들이 스쳐가거나 등장하기도 하는데

동의는 받았겠지?

개인정보보호가 조금은 걱정되기도 한다.

또 오지랖이다.


그 선생님이 매일의 일상을 영상으로 올리는 것이나

내가 매일의 일상을 글로 올리는 것이나 어찌보면 비슷한 맥락일지도 모른다.

머리 정리이기도 하고 하루 기록이나 복기이기도 하고

어떨내는 하소연이나 푸념이기도 하고

그리고 다음 날을 잘 버텨내기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물론 그 선생님에게 물어본 적은 없다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다만 차이점은 영상이냐 글이냐의 차이인데 그 차이가 생각보다 엄청 크다.

일단 그 선생님은 길에서 지나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가끔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브런치에서 글로 만난 분들은 절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물론 브런치에서 글을 읽고 나의 SNS에 찾아와주신 아주 소수의 독자분도 계시지만

나는 그곳에도 나의 얼굴을 올리지 않는다.

내 얼굴 사진찍기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이들면서 더더욱 싫어진다.

아. AI 의 힘을 빌린 지브리 스타일 사진 하나는 올려져있다.

얼굴을 알지 못한다는 익명성이 나의 행동을 얼마나 편하게 해주는지 모른다.

앞으로도 내 얼굴은 어느 곳에도 올릴 생각이 없다.


또 하나 영상과 글의 다른 점은(지극히 주관적이다.)

지속성과 반복성인 듯 하다.

인스타의 영상은 잊어버릴만하면 한번씩 불쑥 다시 나타나는 알고리즘의 영향권에 있다.

그러나 브런치글은 작성 후 구독을 한다면 자동으로 읽을 기회가 생기겠다만

아니면 찾아들어가서 읽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물론 글 한편을 읽고 그 작가의 글을 쭈욱 읽어보는 편리함은 준비되어 있다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노출이 되는 시스템은 아니다.

구독을 해놓지 않는다면 잊어버리게 될 확률도 많이 있다.

물론 구독자 엄청 많은 브런치계의 슈퍼스타님들은 그렇지 않겠다만.

그래서 영상의 힘이 지속성과 반복성에 있어서는 글보다 더 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상보다 글이 좋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제일 좋은 기능은 수정 기능이다.

특히 아침 비몽사몽에 글을 쓰고 나면 오타가 눈에 띄인다.

이제 띄어쓰기에는 어느 정도 둔감해졌으나 오타는 아직도 참기 힘들다.

자판 하나의 고장이 불러오는 오타일때도 많지만

내 노안은 점점 심해지고 나의 꼼꼼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몇 번씩 수정 작업이 진행되는 주된 이유이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고마운 분들께서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아마 그 오타가 이런 뜻이겠거니 그렇게 미루어 짐작해주시는 것 같다.

이제 바쁜 서울에서의 토요일.

처음으로 조치원에서 서울역까지의 무궁화호 열차를 탄다.

시간이 꽤 걸리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

내 노트북을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회의실에 빌린 노트북을 사용할 것인가

그것도 아직 내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다.

결국 두가지가 같은 내용이기는 하다.

노트북을 가져가면 무궁화호 기차에서 일을 하면 된다.

이것봐라. 글을 쓰고 나면 머리 정리가 되기는 한다. 오케이.

(오늘도 아마 남산을 몇번은 보게 될 것이다만

저 사진속의 밤의 남산은 볼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사진으로 우선 눈에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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