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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기차에는

받침대가 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운좋게 집앞에서 1분후 도착하는 조치원역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탔고(그것도 처음이다.)

카드를 찍었더니 탄소배출량을 줄였다는 메시지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마치 내 오늘 주된 일정이 학교 탄소중립 모색을 위한 연구회의라는걸 알고 있는듯 말이다.

그리고 세번째 방문한 조치원역에

거침없이 당당하게 들어섰으나

비상약 먹을 물도 간식도 마스크도 안 챙겼다는걸 그제서야 알았다.

그냥 노트북만 챙긴거다. 바보.

그래도 이른 아침 반달에서 눈썹달로 가는 중인 달도 보았으니 퉁치기로 한다.


무궁화호를 정식으로 탄건 오랫만이고

올해 아마 짧은 구간 입석으로 탔던 기억은 있다.

좌석은 넓어서 다리를 쭉 펴는건 좋았는데

좌석마다 앞에 펼칠수 있는 받침대가 없다.

그것의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만

그게 없으니 노트북을 펴고 일을 할 수가 없는거다.

무겁게 들고 왔는데 망했다.

할수없이

엔진오일 교체할 곳의 정보를 찾다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휴대폰을 뒤적였다가 눈을 감았다가

톡을 주고 받았다가하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더니

한시간 사십분이 너무 길다.

왜 그걸 안해놓은걸까?

덕분에 한강대교도 남산도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지는 모른다만.


집중할 일이 없으니

배도 고파오고 목도 따끔거리는거 같고

괜한 걱정들이 꼬리를 물고 솟구친다.

내가 이래서 일을 좋아라한다.

잡념을 없애는데 최고이다.

아침으로 신용산 살때 아들과 맛나게 먹었던 추억이 있는 이도곰탕집이 서울역에 있길래

기회다 싶어 마구 폭풍 흡입하고

오래된 최애 빵과 아이스크림집인 태극당에서

커피를 마시면서(커피맛은 쏘쏘이다.)

오늘의 회의 시나리오를 점검중이다.

앞으로 가급적 무궁화호는 피하는것으로다가

계획을 잡는다.

그러나 주말에는 무궁화호라도 자리가 있는것이 감지덕지인 현실임을 잘 알고 있다.

귀가표는 전문가님이 오송까지 50분걸리는 티켓을 선물해주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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