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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려는가?

꼭 안와도 되는데.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 늦은 오후부터 눈 예보가 있었다.

오전 비 예보는 예상 시간까지 딱 맞추었는데

오후 눈 예보는 틀리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내가 집에 돌아갈때까지는 말이다.

물론 기차 타고 갈 것이고

오송역에서는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탈 것이다만

눈이 내리면 기차는 몰라도

야간 택시는 걱정이 안될 수가 없다.

또 시골에서 올라오는 나를 보겠다고

차를 가지고 서울역으로 출동한 지인이

집에 운전하고 가는 동안에도 절대 내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눈이 내릴 때 운전하는 것은 아무리 쌓이지 않았더라도 시야 방해가 있고 마음고생이 생기기 마련이다.


오전 KTX 회의실에서의 연구팀 회의는

모두 열심히 참여해주셔서 만족스러웠고

맛난 점심도 대접했고

이제 기차를 기다리면서

그 내용을 수정하고 추가 의견을 나누고 있으니

다음 주에는 더 많은 진전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다들 자신의 몫 이상을 처리하는

슈퍼 울트라 역량인들의 모임인지라 멋지다.

아이디어만 던지면 그 이상을 처리해내는 분들과의 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이 맛에 나는 영재교육을 좋아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가지고 왔던 노트북과 책 등은 사물함에 보관처리를 하고 가벼워진 가방으로 주변을 돌아다닌다.

대문 사진속의 사물함에 물건 보관도 난생 처음해보는 일이다.


오후에는 옛 학교 지인들과 함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서울역 건너편 주변의 그 이름 모를 높은 빌딩들 투어도 했다.

한때 서울로가 만들어지고 자주 왔던 그 건물들도 이제는 문을 닫은 곳도 있고

주말이라 영업을 안하는 곳도 많고(시내 회사 중심의 식당들은 주말에 문을 닫는 곳도 많다.)

무언가 낯선 곳을 만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을 보니

내가 서울을 떠났다는 실감이 조금 나기도 했다만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비와 눈예보를 보고

모자로 머리를 깊숙하게 덮을 수 있는

방한 대비용 코트를 입고 와서인지 추위가 느껴지지는 않았다만

다시 조치원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

조금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차표를 앞당겨볼까 하여 창구에 문의했으나 입석밖에 없단다.

주말 기차표의 현실에 직면한다.

괜찮다. 치즈 케잌과 말차 케잌을 한 입씩 베어 물면서 일을 하고 있다.

(맛나다. 남은 것은 포장해서 내일 아침으로 먹으면 되겠다.)

집에 가서 일하는 것보다 효율은 두 배 이상이다.

나는 이렇게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스타일인가보다.


그나저나 눈 예보는 딱 맞을 것인가?

서울역 역사내에서는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전혀 알 수는 없다.

가급적 내가 집에 내릴때쯤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적어도 내일까지는 모두 녹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무 이기적인가?

눈이 이쁘게 내린 것은 인스타 사진으로 감상하련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고 아직 눈은 안오고

기차 승객 반은 벌써 잠이 들었다. 부럽다.

그런데 곧 내린다. 기쁘다.

집앞에 오니 눈이 내린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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