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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 이다.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날이 문제이다.

내비언니는 나를 출근길 정체가 없는 구간으로 인도하는데

그 갸륵한 마음과 진정성은 알겠으나

아침부터 2차선 도로로 산 하나를 넘는 길로

나를 안내하면 어쩌냐?

내일은 절대 내비언니 말을 듣지 않고 가던 길로 가겠다.

오늘 아침 생각지도 못하게

천안상록 리조트를 지나고 홍대용 과학관을 지났다.

두 곳이 근처에 있는 줄은 정말 몰랐었다.

홍대용 과학관은 방문 의사가 있다.

그 근처 병천 순대국 맛집들이 즐비하다.

장시간 운전때문인듯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허리가 무겁다. 재빨리 복대를 맸다.


오늘은 수요일반 보강이 진행된다.

학교 개교기념일때문에 보강이 생겼다.

보강이고 평가전 마지막 시간이라

아주 어렵고 힘든 내용보다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을 경험해볼 수 있는 주제로 준비했다.

얼마 멀지 않은 명절에 가족끼리 친척끼리 자주 하는 윷놀이의 규칙을 변경해보는 활동이다.

버라이어티쇼에서 해봄직한 내용으로 재구성을 하는 과정인데

이 팀플이 이번 강의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재구성이라는 작업은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 작업보다는 쉬울 수 있지만

이미 잘 알고 있는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도전 의식이 필요하다.

더 재미있고 더 편리한 규칙을 만드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지만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보면 버라이어티쇼의 게임 담당 PD가 된것같은 기쁨을 느끼게도 된다.

어느 조는 윷놀이와 투호를 연결하기도 하고

또 어느 조는 장기와 체스의 원리를 조금씩 넣어보기도 하고

또 어느 조는 고전 사극에서 나오는 단골 래퍼터리들과 연결을 시도하기도 했다.

상상력에 방점을 찍는 마지막 활동을 하고

과학적인 태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강의로 이번 학기 수업을 마무리한다.

이제 내일은 수요일반 시험이(강의보다는 시감이 훨씬 편하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금요일반의 보강이(인원수가 소수라 가족적인 분위기이다.)

대망의 금요일에는 금요일반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큰 고비는 넘긴 종강 D-3일인 셈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출결 확인 작업과

월요일반 채점과 수요일반 시험지 프린트와

연구팀 활동까지 이것저것 하다보니

샌드위치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

그 와중에 중요하게 챙겨야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되어

내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

이럴 때는 단순하게 일의 순서를 생각해야한다.

일단 강의 마치고 안전하게 집에 귀가하여 나머지 일들을 도모하리라 생각했는데

집에 오니 집안일도 만만치 않다.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차있고

분리수거할 플라스틱도 많이 있으며

월요일 항암주사를 맞고 오늘 회사를 들러 저녁에 귀가할 남편 반찬도 준비해야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와중에 어제 졸려서 다 못 본 <불꽃야구> 영상도 봐야한다.

할 수 없이 두 가지 일들을 몰아서 처리한다.

<불꽃야구>는 틀어두고 김치찌개와 감자볶음 그리도 두부구이를 준비하고

음식물쓰레기와 플라스틱은 일타쌍피로 버리고

설이 츄르를 주면서 눈꼽을 닦아주고 배설물도 처리하고

연구팀의 연구 추가 내용도 살펴본 후 이 브런치를 작성한다.

여유 시간이 없는 날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이미 아셨을 것이다.


아직 오늘 마무리 해야할 큰 일이 하나 남아있다만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다만

마음만 먹으면

<불꽃야구> 틈새 시청만 끝나면

아마도 마무리되리라 기대한다.

이상하게 시작이 어려운 일이 꼭 있다.

긴장을 늦추면 빵꾸가 난다.

방학 맞이 고지가 바로 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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