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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입장에서 방학이란?

지나고 나면 후회만 남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학생일 때의 나의 방학이란 시원섭섭한 것의 대표작이었다.

힘든 한 학기가 마무리되어 시원한 것이 기반이지만

내 생활의 한 축인 학교에 나가지 않아서 심심한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처럼 여가를 즐기는 대안이 없던 시절이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히히하하 웃고 떠들던 것이 스트레스 해소이자 여가생활의 방안이자

이 세상의 오만가지 갈등 유형을 배우던 여자들만의 사회생활의 총모음이었다.

(여중, 여고, 여대 출신이다.)

방학이 되어 그런 멀티 세계에 발을 딱 끊게 되면

처음 며칠은 푹 자고 뒹굴고 여유로울지는 모르지만

얼마 지나면 엄마 잔소리도 듣기 싫어지고

동생과의 부딪힘에도 짜증이 나고

하루를 또 아무것도 안하고 보냈나 싶은 조급함도 들고

이럴거였으면 학교에 나가는게 나을뻔 했다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할때쯤

방학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제대로 놀지도 쉬지도 무언가를 도모하지도 못한 채로

그렇게 매번 방학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래도 개학이 싫거나 도망가고 싶거나 하지는 절대 않았고 항상 기다리는 학교 체질인 학생이었다.

학생때나 교사가 되어서나 그것은 똑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방학을 앞둔 마지막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조금 꼰대스러운 이야기를 꼭 하게 된다.

대상이 중고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말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시간으로 만들라고 말이다.

(원래 자신이 못한 사람이 아쉬움이 남아서 더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한번 해보라고

커다란 일탈이나 법에 저촉되는 나쁜 것은 물론 제외하고

그 도전이 자신의 진로나 직업 영역과 관련된 것이면 200프로 멋진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고 한번은 해볼만한 것에 도전했던 방학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그 계획이 무엇이냐고 방학 계획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던가

이야기를 해보라던가 하지는 않는다.

개인 성향과 사정이 있는 법이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은 사생활 간섭이 된다.

아무리 교수라도 교사라도 그러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다친다.


이번주 나와 마지막 보강 수업을 하고 평가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대부분 그 수업이 방학전 마지막 수업이 된다.

내가 9월 1일자 임용이어서 가장 마지막에

다른 강의보다 1주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강의를 선택한 학생들은

지난주면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방학에 들어갔어야 마땅한데

이번 주까지 눈덮인 학교에 와야하는 상황인거다.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미안하다.

졸업학기인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이유로 이번 주의 출석이 더욱 의미 있는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어제 활동(윷놀이의 리모델링 버전 구안)을

고심고심 머리를 써서 만들었고

아마도 처음해보는 활동이라 당황한 눈빛을 보이기는 했지만

모두가 잘했고 기억에 오래 남는 활동이었으면

그 활동의 의미를 기억하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며칠은 푹 쉬어야지 하는 마음은 학생이나 교사나 엄마의 입장에서 모두 똑같다만

그 며칠을 바탕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이루어나가는 방학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똑같다.

나의 교수자로서의 방학 계획은

더 다양하고 수준높아진 AI를 수업에 어떻게 접목시켜볼 것인지를 실습하는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방학 계획은 손을 놓고 지냈던 작은 그림들을 다시 그려보는 것이다.

(대문 사진은 한때 내 그림 스승님의 작품이다.

나는 저 수준이 절대 아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과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계획은 창대하나

얼마나 이룰 것인가는 순전히 내 의지에 달려있다.

이제 출근 준비를 해볼까나.

내 도시락과 남편 식사, 고양이 설이 식사는 준비해두었고

오늘 시험지는 어제 프린트해두었고

머리 감고 분장하고(화장 수준이 아니다. 분장이다. 이제 눈가 주름은 가려지기가 힘들다.)

안전 운전만하면 되겠다.

오늘은 절대 내비언니 충고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가던 길로 간다.

이번 주 엄청 마음이 바쁜지 사진을 찍지 못하는 날들이다.

눈에는 담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사진을 찍지 못하면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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