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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을 중얼댄다.

그리고는 이렇게 적는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내비언니의 충고를 무시한 대가는

출근 시간 20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대신 얻은 것은

마음의 평온함과 속도에서의 자유이다.

출근 시간이라 꽤 교통이 막혔지만

약간 서울 느낌을 받아서 나쁘지만은 않았고

(물론 서울의 교통체증이랑은 비교가 되지않는다.)

계속 뻥뻥 뚫린 도로를 빠르게 주행하지 않아도 되어서 한편 안심도 되었다.

그래도 주유소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량을 피하느라 한번 움찔 했었다.

그렇게 무대뽀로 진입하는게 어딨냐.

학교 주변에 들어서서는 짙은 안개가 끼어있었다.

나는 스피드를 즐겨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피드를 목표로 삼은 스포츠도 좋아라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스키이다.

지금 강의 나가는 대학교 주변에는 오래된 스키장이 있다만

그리고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스키의 계절이다만

나는 추위도 싫어하고

스피드는 더 끔직하게 싫어하는 편이라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공식적인 출근이

내일과 모레만 남은 상황에서

아침 출근 시간에 여유가 있는 이틀이다보니

한번 나들이 삼아 들렀다 올까하는 마음이 들기는 한다.

절대 스키를 타는 것은 아니고 오랜만에 스키장의 느낌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모험심의 발동인 셈이다.

스키장 배경으로 커피 한잔 들고 인증샷을 찍고 싶은 마음에서일지도 모른다.

찾아보니 학교에서 차량으로 오분거리이다.

사실 스키장의 멋짐은 야간이 최고이지만

그럴 용기는 절대 없다.


주변에 공룡박물관과 수목원이 하나 있다는 표지판도 한참전에 보았는데

물론 주 관람 타켓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일테지만

한번 상황을 살펴볼까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다만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

겨울이라 공룡도 꽃들도 다 제철이 아닐듯하

아마 관람객도 나 혼자뿐인 뻘줌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과감하게 패스한다. 내년 봄을 기약해보자.

교양교육원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책장마다 가득찬 책이었는데

결국 한 학기 내내 한 권도 읽지 못하고(반권 읽었다.)

방학을 맞이하게 되니 나나 학생들이나 별반 처지가 다르지 않다.

그만큼 독서는 독한 마음으로 시작해야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한때 취미생활에 독서라고 자신 있게 써놓던 그 패기는

다독왕으로 매번 선정되던

그리고 학교 대표로 정해진 책을 읽고

그 내용으로 경시대회 시험을 보던

그 어릴때의 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노안이라고 핑계대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독서에 대한 열의가 없어졌을 뿐이다.


생각보다 학식은 그리 많이 먹지 않았는데

양의 부담스러움과 비슷비슷한 메뉴와 맛이

나를 그리로 자주 이끌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시간에 간단히 잔반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먹으면서 다양한 잡일을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학생 식당에서의 혼밥샷이 약간 뻘줌해보이는 장면이었던 것도 약간은 작용했다.


오늘 오전 강의 시험을 마치고 나가던 학생들이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라고

덕담을 해주어서 오늘 몫의 행복한 마음은 모두 다 꽉찼다.

생각보다 나는 참 소박한 사람인 모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안보인다만.

내 브런치는 혼잣말인 경우가 태반이다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혼잣말을 하면

그것이 혼잣말인지 정체성의 혼동이 오기도 하는데

뭐 어쩌랴 이게 내 글의 진정성이라 감히 우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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