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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Dance

찐 행복 만끽 중

by 태생적 오지라퍼

드디어 한 학기가 끝났다.

오늘이 <라스트 댄스> 인 셈이었다.

물론 나는 댄스를 잘 하지 못한다만(선천성 몸치이다.)

내 최애 <불꽃야구>에서 프로에 입단하여

아름다운 방출을 하게 된 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칭하여

<라스트 댄스> 라고 하더라.

또는 노장 스포츠 선수의 은퇴경기도 그리 칭한다.

나는 프로팀에 뽑혀가는 것은 아니지만 노장임에는 틀림없고

그 마음은 비슷할지도 몰라 저 용어를 차용해서 써본다.


금요일 두시 강의는

취업해서 수업에 나오지 않는 학생에다가(그냥 이수 처리가 된다.)

이유는 모르겠다만 무작정 안 나오는 학생들로

수강생 수가 적어서 가장 힘들었던 수업이다.

그래도 나머지 학생들은 나름 알짜배기들이어서

(과학에 대한 관심도 있고 비슷한 전공을 하고 온 학생도 있다.)

더 여러가지 활동을 함께하고 이야기도 많이해서

나름 전우의 느낌을 갖게 되었다.

다행이다.

오늘 마지막으로 과학에 대한 자신의 관심 분야를 알아보고

(이것은 첫 시간에 했어야 마땅하다. 첫 시간에 너무 여유가 없었다. 내가.)

종강 기념으로 내가 사서 읽었거나 선물받아서 읽었거나 한 책을 나누어주었다.

새 책이 아니어도 책도 다 읽었으면 돌려본다거나 나눠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각각 다른 주제의 책을 한권씩 각각의 성향과 관심사에 맞추어 선택했으니

이제 읽어주기만을 희망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서술형 시험에 임해주었고

그들의 정진을 기원하는 덕담으로 이번 학기

<라스트 댄스>를 마무리하였다.

마음이 세상 홀가분하다.

퇴근하는 길의 운전은 더욱 더 안전에 신경을 썼으며

금요일 오후임에도 많이 막히지 않아서 기뻤다.


남편은 어제 오늘 모두 서울에서 중요한 모임이 있다고 출타중이다.

나는 직장이라서 움직였다만

월요일에 항암주사를 맞고 너무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해보아도

주말에 푹 쉬면 된다니 더 이상 뭐라 하면 싸움만 된다.

참 이래저래 나랑 코드가 맞는 구석이라고는 없다.

안전 귀가하기만을 바랄수 밖에,


집에 도착해서 따뜻하게 물 끓여서 밥 말아서는

무말랭이 꼬들꼬들 무친 것, 깻잎 간장에 푸욱 박은 것, 그리고 매콤한 고추 말려 만든 부각이랑 밥을 먹으면서(내가 만든게 아니라 학교 근처 맛집에서 사온 것들이다.)

내 최애 <불꽃야구>를 다시 돌려보면서

밥을 한가득 먹고 있으니 세상 행복하다.

물론 그 옆에는 똘망똘망하기 그지없는 눈을 한 고양이 설이가 있다.

야호. 나 종강했다. 방학이다. 장거리 운전 안해도 된다.

찐 행복 만끽 중이다.

물론 성적처리가 남았다만.

내일은 굴 달달볶고 두부랑 대파 넣어서 굴국 끓여먹을 예정이다.

종량제 일반 쓰레기 봉투도 사고

우편함도 들여다보고

실비 보험과 운전 보험 계약도 처리해야겠다.

그런데 오늘은 일단 쉬자. 빨래만 개켜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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