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어제 저녁 기분으로
오늘은 룰루랄라 산책하고 반찬하고 낮잠자고
푹 쉬다가
저녁에 온라인 회의하고 하루를 아름답게 마감하는 것이었다만
<불꽃야구> 기사가 내 처지와 병합되어서
나를 축 쳐지게 하고 머리와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잊어버리려고 화장실 물때 청소를 열심히 하고
(그래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장기전에 돌입해야겠다.)
굴, 두부, 배추 넣어서 국 끓이고
함께 장봐온 바지락술찜 만들고
(술은 안넣었다. 집에 술이라고는 없다.
오프너가 없어서 선물받은 쥬스를 못먹고 있다.
하나 장만해야겠다.)
덮밥용 두부까지 만들어 두었으나
몸은 하나도 안 힘들고 그렇다고 잠도 오지 않는다.
화가 나서 각성 상태가 된 것이다.
산책이라도 갈까 했더니 날씨도 꾸물꾸물 나의 마음과 똑같다.
내 방 창문으로는 구름과 태양이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그게 더 속상하다.
차라리 비라도 마구 뿌리면 나대신 울어주는구나 생각할텐데 말이다.
그래도 대청소 와중에 고양이 설이가 종종 숨는 아지트를 하나 발견했고
(내 방 옷장 아래 하단에 가방을 두었는데 1박 2일 나들이용 부드러운 큰 가방을 방석삼아 자고 있더라.)
아직도 팬티와 차량번호 안내판 만드는 키트는 행방이 묘연하다.
오늘도 찾아봤는데 없다.
더 약이 바짝 오른다.
이제 어디서 우연히 발견된다면 내동갱이를 칠 판이다.
그 와중에 스튜디오 C1에서 계속 싸워보겠다는 다짐의 글이 올라오고
월요일 공개 예정이던 방송을 오늘 8시에 해주겠다고 하는 예고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그들이 마지막임을 예상하면서도 지금 쥐어짜듯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 아파진다.
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자.
일단 아주 작은 후원금을 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느낌이 더욱 소중할때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그리고 파급력은 별로 없는 내 SNS에 오늘 저녁 8시 영상 공개임을 알렸다.
누구라도 한 명이라도 더 봐주는 것이 그들을 덜 힘들게 만들어줄지 모른다.
무엇이든 큰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가끔은 작은 것에 위로받아서 버텨나갈 힘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무한도전> 이후로 나의 삶을 지배한 유일한 콘텐츠였다고.
아마 이후로도 이렇게 오타쿠가 되는 삶을 다시는 살 수 없을 거라고.
60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고맙다고. 그리고 최고였다고 말이다.
오늘밤 8시 유튜브 <불꽃야구>를 검색해서 시청해주시라.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구독을 눌러주신다면 더더욱 감사하겠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나의 한계가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모두들 힘있고 빽있고 돈있는 삶을 원하는 것일게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