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두시까지 대기이다.
실질적인 방학의 시작이라고 뛸 듯이 기쁠 줄 알았으나 그렇지는 않고(내 마음 나도 몰라)
장거리 운전에서 벗어났다는 홀가분함이 제일 크다.
그리고 오늘 두시까지는 마냥 쉬는 것이라기 보다는
학생들의 출석 이의신청을 기다리며
출석마감 확정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대기 중인 상태가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사이에 지난번 작은 방에서 떨어질뻔했던 방충망 수리도 완료했고
미루어왔던 중문 실측과 견적도 마무리했고
오늘 서울 가면 구입해야할 것들도 정리했고
(김밥마는 발과 병따개 그리고 나의 비상용 약들이다.)
내일부터라는 철도 총 파업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것으로 걱정을 하게 될 줄이야.
서민들의 발을 담보로 하는 파업은 옳지 않다.
아무리 자신들의 권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물론 성적은 채점을 마치고 1차 입력도 마무리하고
첫 번째 검토까지 끝냈다.
수업에 제대로 참여했으면 F는 주지 않는다는 것과
가급적 동점이라면 졸업생 우선으로 성적을 부여한다는 것이 내 기본 생각이다.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게 시험을 잘 보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만
어느 강좌는 A를 부여할 학생 숫자가 모자라기도 하고
어느 강좌는 약간 넘어서기도 하기에
마지막 점검과 조정 작업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손가락과 시력을 믿지 못하여 3차 점검까지를 계획하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입력 마감이니 하루에 한번씩 살펴본다면 충분할 것이다.
오늘 오후에는 대학 후배들과의 저녁 약속이 용산역에서 있다.
순전히 나를 위해 장소를 용산역으로 잡아 준 그 배려에 감사한다.
그리고 별 필요없는 선배를 꼭 1년에 한번씩은 챙겨주는 그들의 마음에도 감사하다.
권력과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하든 기억에 남으려하고
연줄을 다아보려고 하고
억지로 인연을 만들어보려 무리수를 두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그런 일이 아니라
끈 떨어진 선배를 챙겨주고
아직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는 그런 후배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그들에게 너무 늙어보이기는 싫다.
이 곳에 이사와서 처음으로 단지 앞 미용실에 드라이를 예약하였다.
잘해주고 값도 적당한 지난번 동네 원장님 같았으면 참 좋겠다.
어쩌면 오늘 나를 만나는 그 후배들은 나에게서
그들의 15년 뒤 모습을 미리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드라이쯤은 하고 기운차게 나가야겠다.
그나저나 철도 파업이 잘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더군다나 오랫만에 가족을 찾는 연말연시 아닌가?
어렵사리 마음먹은 효도의 길을 이렇게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정녕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