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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 크리스마스

나홀로 집에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곳으로 이사 오기 훨씬 전부터

세종 근처에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은 곳은

국립 세종 수목원이었다.

수목원을 한창 좋아할 나이이기도 하고

나무 냄새도 너무 좋고

천천이 오르막 아닌 걷는 길도 좋아한다.

다양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오래 운영하였고

생태전환, 지속가능발전, 탄소중립에 대한

강의나 활동을 많이 한 시점으로 보면

한번 가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었다.

판단은 가보고 내려도 되니 말이다.

이제 근처로 왔으니

(자동차로 20분 거리는 이제 근처이다.

어느새 미국식 거리 사고 방식이 시작되었다.

차로 한 시간 이내 거리는 근처라고 멀지않다고 칭한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픈런으로 다녀올까 했었다.

수목원에 사람이 엄청 많이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오늘부터 31일까지는 무료 개방이라하니

더욱 솔낏했었다.


그런데 어제 오후부터 겨울 비가 왔다.

까만 하늘에 제법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조치원은 비였지만 서울에는 비인 듯 눈인 듯 섞여서 내린다고도 했다.

막내동생과 아들녀석의 톡이다.

그리고는 기온이 급강하해서 도로결빙이 예상되니 안전운전하라는 문자가 아침부터 도착한다.

이런 날은 꼭 필요한 출근 차량이나 출동하는 것이 맞다.

나는 2월까지 중에 날씨 좋고 정말 한가해서 지루한 날 가면 된다.

무료입장이 조금은 탐나지만

5,000원 입장료 중에 나는 세종시민이라

50% 할인이고 2,500원은 커피 한잔 값도 안된다.

물론 커피마다 값이 다르고 나는 커피를 거의 사먹지 않는다만

교통대란에 한 몫 보탤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집콕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지만 해야할 일이 있다.

탄소중립 연구 마무리도 해야 하고

(오늘도 서울시교육청 그분께서 무언가 미션을 내릴 것이다. 메일 혹은 문자로.)

내년 대비 일처리도 해야하고

성적도 한번 더 점검해야하고

집을 비울 예정인 2박 3일 동안(야호. 여행간다. 마일리지 소멸 직전이라는 점을 핑계삼아)

남편 식사용 밑반찬도 준비해두어야 한다.

얼굴도 못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조카 녀석에

곧 다가올 생일에 맛난 거 사먹으라 용돈을 아주 쬐금 보내고

31일에 얼굴 보여주고 집안 현안을 처리하러 내려온다는

(아니 왜 남편은 침대 자리를 바꿔 달라는 거냐. 무겁고 힘든데. 가구 배치에 있어서도 생각이 일상적이지 않다. 참 독특한 스타일이다. 나쁘게 말하면 촌스럽다.)

아들 녀석 용돈도 좀 챙겨놓고.(용돈인지 알바비인지 명칭이 야리꾸리하다.)

아직은 무언가 조금이라도 줄 수 있어 기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아참 친한 지인들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이모티콘을 고심 끝에 결정했다.

나는 물리학자는 아니지만 이모티콘에서도 과학적인 내용을 조금은 담고싶은 욕심이 있다.

오늘의 대문 사진이다.

사실은 영상이 다 내려간 <불꽃야구> 때문에

매우 우울한 크리스마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쳐보련다.

아프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다사다난했던 1년을 잘 버텨온 오늘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이유는 분명하다.

원래 크리스마스는 <나홀로 집에>가 국룰 아니던가.

오늘 출근하는 분들 모두 안전 운전과

절대 미끄러지지 않는 걸음걸이가 함께 하길.

퇴직 일년만에 오늘이 공휴일이었던가를

잠시 생각해봤다. 아니다. 내일만 공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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