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맛이 좋다.
2박 3일의 제주 여행이라고 하지만
48 시간의 제주라고 하는게 더 맞을지 모른다.
아니다. 그 중에 잠자는 시간을 빼면 정말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어제는 도착해보니 13시였고
오늘은 13시 비행기로 제주를 뜨니 말이다.
항상 제주를 2박 3일 정도로만 다녀왔던 것 같다.
3박 4일과 2박 3일 여행은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3박 4일이 되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야금야금 들던데
2박 3일이면 아쉬움이 더 크더라.
제주는 그래서인지 늘 아쉬운 곳으로 나에게 남는다.
이번 여행은 사실 별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다니는 것이었다.
동백과 바다 보겠다는 거 말고 거창한 계획도 없었다.
미리 예약한 것이라고는 어제 그 박물관 예약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다 폭망하지 않고 이리저리 잘 다녔고
그랬던 이유의 80% 지분은 좋은 날씨이다.
나는 오늘 올라가는데 오늘 그때쯤 내려온다는
대학 동창 친구는 아마도
나랑은 전혀 다른 제주를 보고 가게 될지도 모른다.
내일, 모레 제주에도 눈 예보가 있다.
나와 그 친구 중 누가 더 제주의 진면목을 보는 것일지는 모른다.
나는 순한 맛을
친구는 매운 맛을 볼지도 모르겠다만
이게 제주의 겨울이지라고 생각하면
쿨하게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보다 추위와 멘탈에 강한 친구일 것이다.
제주를 떠나는 날 아침은 마음이 바쁘다.
한 곳이라도 더 보고 눈에 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 제주 한달살기를 하러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면 모두가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대체적인 경로는 결정해두었다.
후배가 스누피를 좋아한다해서
지난 6월에 동생과 조카와 가봤던
스누피가든을 갔다가 공항쪽으로 가면 되겠다.
나이들어 무슨 스누피냐고 할지 모르지만
스누피의 철학적인 어록에다가
옛 생각과 정취와 멋진 자연이 묻어나는 멋진 곳이다.
송당리를 한번 더 보고 갈 수 있다는 것도 기쁘고
6월에 묵었던 멋진 숙소 주변 바닷길을 지나가는 것도 멋지다.
다행히 후배때문에 운전을 안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다니니 이것이야말로 참 여행이다.
고맙다.
운전에 이번 여행에 나서게 용기를 북돋아준 것은
모두 다 후배 덕이다.
찾아보니 다행히 스누피가든이 9시 오픈이란다.
제주에서 마지막 날 방문 장소는 무조건 9시 오픈인 곳이어야 한다.
10시 오픈을 기다리다가는 렌터카 반납 및 이후 일정에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점심 시간이 어정쩡한데
송당리 근처에서 아예 일찍 아침을 든든히 먹을 것인지
(잘 먹힐는지 모르겠다만.)
아니면 공항까지 가서 다 정리하고 밥을 먹을것인지는
(맛과 가격이 모두 그냥저냥하다. 공항 푸드코트에서 맛집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롯이 후배의 선택에 따르면 되겠다.
남편말에 따르면 고양이 설이는 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기다려라. 내가 간다.
(오늘 대문 사진은 어제 포구에서 본 일출 사진이다.
어제 찍은 사진 중 포토제닉으로 내가 뽑은 거다.
마침 한 사람이 지나가 주어서 포인트가 되었다.
그 주인공은 자기인줄 절대 모르실 것이다.
감사하다. 그분과 핸드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