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다니러 왔다.

집이 꽉 찬 느낌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종강을 하고 정신줄을 부여잡은 건

아직 안끝난 이사 마무리 때문이었고

성적처리 과정의 진행 때문이었고

기다리던 제주 여행 때문이었다.

허리는 무겁고 정신적으로도 지쳤지만

정신줄을 놓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져서

다시 컨디션이 올라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를 추슬리고 세뇌시켰다.

이제 이사 마무리도 얼추 끝났고

(1월 2일 중문 설치가 남아있고

화장실 물때 청소는 아주 조금씩만 진전이 되어 전문가의 힘을 빌까 생각중이다만)

꿈같이 따사로왔던 제주 여행을 마치고 났더니

이제야 엄청 노곤하고 피로가 몰려온다.


그래도 그 노곤과 피로와 정신줄을 챙겨준 것은 아들 녀석이다.

어제 종무식을 하고 오늘 고맙게도 기차타고 내려와 주었다.

오자마자 점심 고기 구워먹고

고양이 설이에게 츄르하나 주고

잠시 쓰다듬어 주더니 잠에 빠져있다만

(설이는 그 방 문 앞에서 오분 대기조로 졸고 있다.)

같은 공간에 아들 녀석이 있다는 것만으로

기운이 펄펄 난다.

살이 안빠져서 얼굴은 별로 멋지지 않다만.

그래도 저녁은 아구찜이나 닭갈비 중 시켜 먹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또 하나는

6일에 연구 최종 발표를 해야하고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서울 학교 탄소중립 실천 연구> 마무리이다.

함께 하시는 분들의 수당을 올해 안에 드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행복하다.

새해 자그마한 그리고 그간의 노력에 비하면

엄청 작지만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기말 업무라 바쁜 중에도 모두 열심히 참여해주셨다.

물론 그런 사람만 픽한 것도 있다만...

6일 발표 후 식사할 맛난 식당을 찾는 일이나 해야겠다고 글을 쓰는 순간

문자메시지가 하나 들어온다.

<성적이의신청> 하나가 들어왔다는 메시지이다.

흠찟하고 놀라서 재빨리 성적 처리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총점 89점으로 B+ 가 나간 학생이다.

결석도 없으니 그럴만하다.

자료를 살펴보니 발표로 진행된 중간 평가가 제일 낮은 등급이다.

원래 89, 79 점이 제일 안타까운 법인데 조금 고민을 하였다만

발표에서 제일 낮은 등급이라면 발표 자료 제작이나 방법에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니

그 내용을 완곡하게 써서 답을 보냈다.

이해하주길 바랄 뿐이다.

그래도 섭섭하기는 마찬가지일 듯 하다만.


아들이 왔고 한 해가 가고

내일은 떡국을 먹을 것이고

새해가 오고 아들이 가고나면

고양이 설이랑 나는 많이 서운할지도 모른다.

자식이란 그런 것임을 왜 나는 미리 생각하지 못했을까?

우리 엄마도 분명 그러셨을텐데...

아들 녀석이 주는 공간의 꽉참을

내일 점심까지 백프로 즐겨야겠다.


(제주 이야기가 끝났다만 사진은 제주 사진이 당분간 올라갈지도 모른다. 참 이상하다.

제주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니 조회수가 뚝 떨어졌다.

한 해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 것일까?

제주 이야기라서 그동안에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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