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씩은 다른 아침

어제의 태양이 오늘의 태양과 다르지 않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기온이 내려갔는지 새벽 다섯시 즈음부터 콧물이 생겼다는 것이 느껴진다.

킁킁거리게 되니 자연스럽게 잠이 깼다.

화요일 일하러 간 학교에 핸드폰 충전기를 두고 왔고

따라서 노트북과 연결된 거치형 충전기를 대용으로 쓰고 있는데

핸드폰을 바로 옆에 두고 자는 삶이 아닌 것 때문인지 새벽 다섯시까지는 깨지 않고 푹잠을 잤다.

핸드폰을 옆에 두고 자는 이유는

일찍 잠에 드는 내가 중요한 연락을 놓칠까봐였다.

실제로 교무부장일 때 지진으로 인한 수능 연기 관련 안내를 자느라 놓친 적도 있고

부모님께서 계속 병환 중이셨으니 그 연락도 놓칠까 싶었고

무엇보다도 출근해야는데 못일어날까봐 기상 알람도 필요했었는데

이제는 딱히 그렇지도 않은데 계속 내 잠자리 바로 옆에 놓아두었었다.

이제는 나를 찾는 급박한 연락은 없을거다를 인정하게 되니

핸드폰을 조금은 멀리 놓아두고 자도 된다고

생각을 이제서야 바꾸었고 조금은 서글픈 마음도 든다.


어제 저녁 오늘이 졸업식인 나의 마지막

중학생 제자들에게 글을 쓰고

작년 2학년 담임을 함께 했던 선생님들에게도

글을 보내고는 약간은 센치한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작년의 2학년부 소속 선생님 중에 미국으로 박사 학위를 하러 유학을 떠난 선생님의 답글이 들어와있다.

물론 아주 젊은 선생님이다.

유학을 떠나기 전 밥 한끼를 나누었었고

가끔 생각났지만 힘든 유학 첫 학기 잘보내고 있으려니 생각만 했었다.

<선생님 저도 여기서 겨울방학을 정말 잘 보내고 있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성적과 생활기록부는 평생 바꿀 수 없는 데이터로 남는 법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선생님들이 떠먹여주는 시절도 중학교가 그 마침표죠.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운 좋을 때는 그 선택의 열매를 맛보는 경험을 이제 애들이 하나씩 하나씩 하면 좋겠네요.

중학생 마지막 제자라니 마음 한켠이 뭉클하실 것 같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

본인이 담임했던 그리고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했던 많은 시간과 추억이 있는 녀석들이라 본인도 감회가 남달랐을지도 모른다.

먼 곳에서 학위취득까지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

잘 할거다.


그 톡을 읽고도 꽤 오랫동안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고 꼼지락 댔더니

고양이 설이가 나를 자꾸 채근거린다.

내가 아침 약을 먹어야 자기도 츄르를 먹을 수 있다는 시스템을 알고 있는거다.

조식 츄르를 먹고 나면

내가 브런치를 작성하는 동안 골골대면서 작은 내 책상 노트북 바로 옆에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자고 있다.

평화로운 아침의 시작 순간이다.

매일 매일의 아침은 이렇게 비슷하기도 아주 조금씩은 다르기도 하다.

올해 새롭게 느낀 것은 겨울 오전은 너무 춥다는 점이다.

점심 먹고 움직여야 덜 춥다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누적 효과를 새삼 느낀다.

나의 옛 학교 앞에는 머지않아 졸업식 꽃을 파는 사람들로 북적일테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추운 날 아침이다.

을지로 4가 주변 중국집에는 점심 가족 손님으로

대기 시간이 두배로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배추 많이 넣은 하얀 굴짬뽕집 말이다.


(사진은 어제 오전 잠깐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준 태양 사진이다. 저 사진을 찍고 5분쯤 후 또 구름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이렇게 매일 매일 아주 조금씩은 다른 아침이 열린다. 어제 잠시 이쁨을 보여주었던 그 태양이 오늘의 태양과 다르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만 가끔씩 달라보일때도 분명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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