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은 알겠는데 실행은 쉽지 않다.
막내 동생이 아침 8시 35분에
누가봐도 호텔 조식이 분명한 사진을 톡으로 보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며칠전에 부산 해운대를 다녀왔고
그때 호텔 조식을 먹으면서 맛나다고
엄마가 왜 그렇게 호텔 조식을 좋아했던거냐고
(밥을 안차려도 된다는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셨던 듯 하지만)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는데
그때가 생각나서 다시 올렸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해운대 그 호텔이름이 아니다.
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신박하다.
<우리집 인터넷 해지하고 다시 설치해야하는데
다음주에나 된대서 티비를 못 보잖아.
티비보러왔어, 어제 밤에.
프로보노랑 모범택시 마지막회인데.
어쨌든 우리는 티비없이 못살아.>
세상에나 티비를 보겠다고 제부랑 둘이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의 깨끗한 호텔을 찾아간거다.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고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둘이 똑같은 마음이라면 되었다. 천생연분인거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나는 티비는 없어도 되는데 핸드폰은 없으면 안될 것 같다.
휴대폰 배터리가 30% 정도 남았고 딱히 충전할 곳이나 충전기가 없으면 마음의 안정감이 떨어져간다.
휴대폰이 없는 기차나 지하철 탑승 시간이란 생각할 수도 없고
(어제 디지털 디톡스 겸 휴대폰을 안보고
눈을 감아보려 했으나 채 1분을 못넘겼다.)
집에 있는 쉬는 시간에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심지어는 화장실 볼일 볼 때도 가지고 들어가는
중독 증상이 제법 심각한 상태이다.
강의하는 중에만 안보는 것 같다.
지난 학기 강의 중 현대과학기술의 산출물 중
무엇이 가장 최고냐는 질문에
휴대폰이라고 응답한 대학생들이 많이 있었는데
나야말로 거기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질 사람이다.
그래놓고는 어떻게 학생들에게는 휴대폰의 노예로 살지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 싶다.
미래학교에서 만났던 수학교과 후배 선생님이 있다.
S 대에서 수학 전공, 물리를 부전공하고
석사는 AI를 전공하였다는것 뿐만 아니라
누가봐도 영재이면서 아이디어도 매우 창의적이다.
나이를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아마 이제 막 40이 되었을 듯 한데
올해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서 과감하게 교직에 사표를 던졌다.
며칠전에 말이다.
물론 교과서 집필진이라 저작권료는 나오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AI로 웹을 구현해주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아직 미혼이라 자유롭기도 했다지만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을 그만두는 그의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사표를 내고난 감흥이 어떤지 물어보았더니
아직은 다른 때의 겨울방학이랑 느낌이 똑같다고
3월 개학일이 되어서야 그만둔 것을 실감하게 될 것 같다고 답이 왔다.
그렇다. 그게 정답이다. 내가 1년 전에 해봐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나의 이번 겨울은 왜 방학같은 느낌이 안드는 것이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휴대폰을 보관소에 잠시 맡겨놓은 느낌과 비슷하다.
디지털 디톡스 중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다.
필요성은 알겠는데 실제 수행은 힘든 그런 상황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나에게는.
템플 스테이나 들어가면 몰라도 말이다.
아마 그 후배도 3월이 되면 나의 이런 마음을 조금은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만
그는 아직 창창한 나이이니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의
더 바쁜 일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친한 후배가 이사 후 내 사진의 다양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 이곳은 시골이라 저수지랑 하늘이랑 해와 달 사진밖에 없다. 오늘 슈퍼갔다오는 길에 보니 눈사람도 없더라. 뒤에 숨겨져있는지는 모른다만. 그렇지만 꽃피는 봄이 오면 달라질 것이다. 그때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