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증이 심해지고 있다 2.

아침 브런치 글의 속편

by 태생적 오지라퍼

깜빡증을 걱정하는 아침 브런치 글을 쓰고서

마음을 다잡고 바지를 넣어둔 서랍 정리를 했는데

야호 가장 아래 서랍장에서 문제의 그 팬티를 찾았다.

네 개의 서랍으로 되어 있는데 위에서부터 3개는

거의 매일 열어보지만

마지막 서랍은 안 열어봤었는데

오늘에서야 정리차 열어보니 그곳에 얌전하게 숨겨져 있었다.

갑자기 에너지 준위가 높아진다.

그리고 그 기쁜 소식을 알렸더니 막내 동생과 지인들의 톡이 왔다.


<부모님 두분 다 치매라 예방한다는 약을 엄마 치매 판정 받은 날부터 먹고 있어요.>

기존의 먹는 약 때문에 다른 보조제나 예방제는 먹지 않는데 이제 먹어야되나 싶다.

똑똑해지고 기억력을 되살려주는 약이 가능한지가 궁금하기는 하다.

<뇌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누군가는 뇌를 너무 많이 써서 치매가 온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안써서 퇴화되었다고도 하고

어느쪽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영어 공부를 하던가 스도쿠라도 하던가 해야겠다 싶다.

영어 공부를 계속하시던 시아버님 생각이 난다.

치매는 아니셨고 정정하시다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내가 희망하는 죽음의 형태이기는 하다.

막내동생은 <귓볼에 주름이 있어?> 라면서 사진을 보내주었다.

거울에 귓볼을 비춰보니 애매모호하게 중간에 짤린듯한 주름은 있긴 하다.

그 주름이 질병을 예고해주는 메시지라면 아마 어떻게 해도 펴지지는 않을 것이다만.

다들 걱정하고 다들 피하고 싶고 누구에게나

제일 고약한 질병은 치매임에 틀림없다.


서울 시내 버스 파업이라 출퇴근하는데 춥고 힘든

아들 녀석 걱정이 되는 것을 보니

아직 치매로 가는 길은 아니지 싶다.

이제 머플러만 찾으면 되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남편방에 있을 것 같은 예감이라

점심을 먹고 남편이 회사를 다녀온다하니

그때 방과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샅샅이 뒤져보겠다는 치밀한 계획도 세우니 아직은 깜빡증이

그리 심각한것은 아니다.

방학이라 강의가 없으니 수업에 대한 이야기도 안쓰고

밥은 열심히 해먹는데 딱히 별식이 없으니 음식 이야기도 못쓰고

매일 집에서 비슷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라

브런치글 주제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분석과 각성이 되는 것을 보니 아직은 치매는 아닌게 틀림없다.

내일 많이 바쁠 예정이니 오늘까지는 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다음 주에는 날씨가 허락해준다면 근처 나들이를 해볼까한다.

그 첫 번째는 가볼 마음을 먹었는데 눈이 와서 못갔던 세종수목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뇌 건강에 좋다는 강황이 왕창 들어간 카레와 애호박고추장찌개를 준비했다.

둘다 자극적인 냄새의 만남인데 잘 어울릴 수도 아니면 아닐수도 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조합이다.

대부분 메인이 자극적이면

국은 밍밍하고 심심한 것으로 짝을 맞추었었다.

1월의 권장 제철 음식 중 이제 아직 못먹은 것은 도미, 방어, 봄동, 쑥갓이다.

과메기는 지난 주말 결혼식에서 딱 하나 쌈 싸서 먹어보았는데

옛날 포항에서 처음 먹을 때처럼 비린맛이 진동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썩 내 스타일처럼 와닿지는 않았다.

도미나 방어는 모르겠지만 봄동이나 쑥갓은 1월안에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이 정도 판단이면 아직 심한 깜빡증은 아닌 것 아닐까?

(대문 사진은 제주 법환 포구 사진을 그려본 것이다. 법환 포구는 이번에 처음 갔는데 매력적이었다.

일몰때 가야는데 그것은 여름날에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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