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

나에게는 생각보다 큰 변수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남편과 산책을 나갔다가 엄청 추워서

(목도리나 마스크를 안하고 나갔다. 바보같이.)

잔기침과 콧물이 있는 관계로 아파트 주변 한바퀴만 돌고 먼저 들어왔었다.

그러고나니 오늘은 집콕하고만 싶고 이불속에 들어가 있고만 싶고

집밖으로 나가는 것과 추위가 마냥 무섭기만 했다.

내일은 일이 있어서 서울로 일찍 가야하니 할 수 없다만.

그런데 남편이 점심 먹고 회사에 다녀온다고 나가고서

남편방과 화장실 청소를 하고나니(도대체 평생 청소 한번 안하는 저 사람을 어찌해야하는거냐? 자기 눈에는 먼지가 안보인단다.)

배가 슬며시 고파오는거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내일 남편의 아침과 점심을 챙겨두고 집을 나서야는데 딱히 재료가 없다.

할 수 없이 쓰레기도 버릴겸 집을 나선다.

쓰레기 분리수거 집착녀이다.

집안에 쓰레기가 있는 꼴을 보기 싫다.

음식물 쓰레기는 더더욱이다.

어제와는 달리 목도리와 마스크까지 중무장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안 춥다.

대비를 해서 안 추운 것인지 아니면 추위가 풀린 것인지 어느 것인지는 알 수 없다만 안 추우니 너무 좋다.


아파트 단지 앞에 유일한 슈퍼는 쉬는 날도 없는 듯하다.

내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큰 물품들은 대형마트 배송을 주로 이용하지만

꼭 뒤늦게 생각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 내내 화두가 되는 깜빡증 때문일 수도 있다.

편의점은 3곳 정도 있지만 편의점과 슈퍼와는 물건의 종류와 양이 다르다.

아욱 한단을 사고 가지 두 개를 사고

과자와 비상용 사탕을 사서 기쁘게 돌아온다.

안 추우니 너무 좋다.

아욱 된장국을 끓이고

가지, 호박, 숙주나물들은 쪄놓고(남편은 야채찜 아침을 제일 선호한다.)

오이랑 파로 겉절이 스타일의 오이무침을 해놓고

새우볶음밥도 만들어놓으니 내일 남편의

아침과 점심은 준비 완료이다.

내일 나의 아침은 서울역에 내려서 간단한 것을 사서 떼워야 할 확률이 높고

점심은 옛 직장 동료들과 을지로의 맛집을 가볼 예정이다.

서울 버스가 전면 파업이라 걱정이되지만

나의 행선지는 모두 지하철로 가능한 곳이다.

아들 녀석은 버스 타고 출퇴근하다가 고생을 많이 했는지 당장 자동차를 구입할 기세이다.

아마 추워서 더했을 것이다.

지하철 파업은 무섭지만 버스 파업은 나와는

별 연관성이 없다. 다행이다.


그리고는 SNS에 올라온 글 하나를 읽었다.

은퇴후에도 왜 생활비는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드는가에 대한 글이었다.

산술적으로는 은퇴후에는 생활비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강력한 해결책은 서울을 뜨는 방법이라고 써두었다.

그리고 서울을 뜨게 되면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정리가 될 것이라했다.

그럼 나는 이제 생활비가 세이브될 것일까?

아직까지는 별다른 추세는 느껴지지 않는다만 외식비는 확실히 줄어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외식비 줄어든 것은 그만큼 내가 음식을 했다는 것이니

결국 내 가사노동력을 갈아넣어 생활비를 아끼는 것이 아닌가?

무언가 살짝 억울한 느낌도 드는데

열심히 음식 만들날도 그리 오래 남은 것 같지는 않으니

그때까지는 내가 만드는 음식 먹는 사치를 즐겨보자고 마음을 먹는다.

안 추우니 마음도 너그러워지나보다.

추위가 이렇게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내일 서울도 안추웠으면 참 좋겠다.

(추위를 겁나게 타는 나는 오늘 대문 사진 같은 사진을 찍을 확률이 낮다. 후배 지인이 멋진 야간 사진을 보내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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