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를 좋아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 내려 을지로 4가역까지 걷는다.

출구를 또 헷갈렸으나 걷기에 춥지않은 날씨이다.

3년간 다니던 그 길이 아직은 익숙하다.

아침 8시부터 진료가능한 착한 병원과 약국과 스벅을 거쳐

방학후 내린 눈으로 운동장 그득 남은 눈을 보며

옛학교에 가서 커피와 케잌을 나눠먹으면서

오늘의 미션을 수행한다.

역시 모여서 하는 일이 진도팍팍이다.

속이 뻥 뚤린다.


점심은 베트남인지 태국인지 소속이 불분명한 맛집이다.

나는 두 나라의 음식 구별이 늘상 헷갈린다.

물론 약간은 한국식 가미가 더해진 곳이다.

11시가 넘으면 줄을 서야하는 집이므로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선점하고

4인 세트를 호기롭게 시켰다.

오늘은 잘 먹는 후배가 있어 그를 믿어본다.

다행히 미식가 후배가 최근 먹은 음식중 최고라 해주어서

내가 내는 음식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디저트도 맛났지만 이미 배가 너무 부르다.


이제 염색 미션을 처리하러 이동중인데

서울에 늘상 살았으나

을지로를 처음 만났던 3년전이 문득 생각난다.

발령받고 짐 옮기면서 아들과 처음으로 근처를 돌고

밥을 먹었었는데(무얼 먹었었는지까지는 기억이 안난다. 설마 냉면?)

그때 내 눈에는 을지로 골목 골목의 과거만 보였었다.

그게 신기하고 멋있다고 아들 녀석은 사진을 찍어댔으나

나는 구질구질했던 옛 생각이 나서 별로였다.

그랬던 을지로에서 보낸 3년 동안

나는 을지로의 현재와 미래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이곳도 아침부터 열심히 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제는 사랑하는 장소로 손꼽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두달에 한번 병원을 핑계로라도

을지로를 방문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에는 조금 더 길게 만나자.

꽃이 막 피려고 할 때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