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76

출제라는 부담스러운 일

by 태생적 오지라퍼

강의를 안한지 꽤 시간이 지났고

오늘부터 새 학기 강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속도는 나지 않는다.

발동이 그리 쉽게 걸릴리가 없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않게 오래전 평가문항 출제로 공식적인 감금을 당했던 때가 기억났다.


평가문항 출제가 그리 어려운것임을 몰랐던

신출내기 초짜교사일때 모 중학생 대상 신문에 입시대비 문항 출제를 주 1회 했었다만

지금 같았다면 허락맡기가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원고지에 손글씨로 마구 썼던

그 문제들이 누구에게는 도움이 되었을거라 믿고 있다만(지금같은 평가에 대한 역량이 없었을 때이다.)

현재는 현직 교사의 문항 출제가

자신의 지도 대상 학생들의 유불리와 얽히면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는 박사과정에 들어

전국단위 성취도 평가 문항 출제에 들어가 되었었다.

당시 최고의 선생님들과 모여서(그때는 합숙은 아니었고 방학 중 집중 작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출제를 했던 기억이 있다.

난이도 조절부터 용어 하나 선택까지

수능과 비교는 안되지만

나름 수능 작업 매뉴얼대로 출제가 이루어졌고

결과 분석까지 가슴졸였던 기억이 있다.


그 뒤 전국단위와 서울시교육청 단위의 영재 판별 문항 출제는 한번은 대전에서(전국 선생님들이 모일때는 대전이다.)

한번은 강화도에서 합숙 문항 출제에 돌입했었고

기억은 아슴프레한데 양평 어디로도 출제 감금이 되었었다. 분명히.

문항을 쥐어짜내느라 머리는 복잡

밥과 간식에 야식까지 가득 줘서 배는 빵빵한데

운동은 도저히 불가능한 시스템이 출제 환경이다.

각 층마다 보안요원이 째려보고 있다.

전자기기도 물론 반납이다.

복도만 걸어다닐 수 있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다 보면 더 이상 머리 회전은 되지않는 상태가 되고

그래서 자기가 출제한 문항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출제위원말고 검토위원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그 고충을 함께 한 출제위원들끼리는 절친이 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쉽지않은 출제라는 작업에 한번 더 뛰어들것이냐?

오늘 그 기회 제안이 들어왔다만

아직은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해봐서 그 어려움을 잘 안다는것이 오히려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게 한다.

아는 것이 더 무서울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