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32
밀도 실험 후 든 생각을 정리하면
하루에 네 시간 같은 실험 수업을 연달아 진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불가피한 출장 스케쥴 때문에 힘을 내보자 했었다.
밀도 실험(밀도란 일정한 부피가 갖는 물체의 질량이다. 누가 누가 더 가볍나를 비교하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이라서 실험 과정이나 결과가 잘 나오고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서 였다.
그러나 항상 변수는 존재하는 법.
그리고 그 변수는 매년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액체의 밀도 실험에서는 온도 측정이 문제였다.
물과 에탄올 10mL를 비커에 넣고 온도를 측정하려니 양이 너무 작아서
온도계를 액체에 담가서 눈높이를 맞추고 읽기가 어려웠다.
급히 메스실린더를 추가 투입하였다.
나는 첫 시간 실험 시작 10분 정도는 과학실무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 추가 물품이 생기거나 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는 10, 20mL 액체 양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대로 실험을 하려면
각 조별로 넉넉하게 50mL 정도의 액체를 제공해야 하나
이 액체들을 스포이드로 옮기다 보면 중간에 떨어트리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곤 했다.
1교시 후 부피를 맞추지 않고 조별로 넣어서 직접 읽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어차피 밀도는 질량/부피로 계산하는 값이고 계산기를 제공하였으니 10mL이건 13.5mL이건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면 액체의 질량은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빈 비커의 질량을 재고 액체를 넣은 후 변화량을 측정하면 된다.
중학교 과학에서 필요한 수학은 대부분은 사칙연산 수준이다.
그리고 숫자가 복잡한 경우 실험에서는 계산기의 도움을 받는다.
과학 내용은 알지만 수학을 못해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 최대한으로 없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고체의 밀도 실험은 알루미늄과 철을 육면체 상태로 제공해서 자로 측정만 하면 되었으나
불규칙한 고체의 경우를 고려하여 암석을 하나 추가 제시했다.
물론 다음 시간에 실험 내용을 정리하면서 암석의 밀도가 의미가 있는지는 다시 이야기할 예정이다.
밀도란 순물질에서만 의미가 있고 혼합물이 되면 그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모양이 불규칙한 고체일 경우 부피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메스실린더에 물을 넣고 부피를 읽은 후 모양이 불규칙한 고체를 넣어서 부피 변화량을 측정하면 된다.
메스실린더에 들어갈 사이즈의 암석에 얇은 실을 매달아두었었다.
메스실린더에 넣을 때 돌을 그냥 넣으면 깨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3번째 실험 시간이 되니 그 실을 묶어둔 스카치테이프가 떨어지면서 메스실린더 내에서 통통 튀는 사례가 나타났다.
재빨리 실을 다시 묶어 실험을 했으나 학생들은 실을 묶고 테이프를 붙이는 수작업을 어려워했다.
실험을 한 시간에 진행하고 그 결과까지 정리하려면 사전 작업이 많이 필요한 법이고
그래서 각 학교에서는 실험 준비 등을 도와주는 과학실무사 선생님이 계신다.(아직도 없는 학교도 일부 있다.)
교사가 한 조에서 집중 신경을 쓰다 보면 다른 조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재빠른 대처가 쉽지 않다.
돌의 실이 떨어지는 것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실무사 선생님이 계시면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교사가 실을 묶고 있으면 다른 학생들을 잘 살펴보기 힘들다.
과학교사와 과학 실무사는 이렇듯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실험 활동에서의 학생의 안전 확보가 있다.
20년전 실무사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던 그 옛날에 일어난 일이다.
그해 새로 부임한 신규 선생님이 마찰전기 실험을 하면서 한 조에서 집중 지도를 하고 있었단다.
선생님이 뒤돌아 있는 것을 본 다른 조 학생들이 한 학생을 실험 책상 아래로 밀어넣고
실험에 사용하던 폭이 넓은 절연테이프를 입에 붙여두었다고 한다.
큰일 날 일이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심한 폭력이다. 범죄행위이다.
선생님은 아마 잠시동안은 그 사태를 몰랐던 것 같다.
실험 시간은 다소 소란하고 학생들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한 학급에 40명 이상일 때이고 한 조에 6~7명이 앉아있으니
한 명이 실험 책상 아래에 들어가 있는 것은 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곧 그 사태를 파악하고 그 학생을 구해내고 테이프를 떼어 주고
그 조 학생들을 엄청 혼내고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사태를 마무리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었다면 학교 폭력 사태로 관계자는 모두 전학 조치나 그 이상의 벌을 받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미래세대의 과학실 실험대는 이렇게 사람이 들어갈 수는 없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움직임이 교사의 눈에 보일 수 있게 구성해야 한다.
아직도 옛날 형태의 과학실을 가지고 있다면
내년에는 꼭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예산을 신청하여 새로운 과학실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실험을 하길 바란다.
과학실 구축에 질문이 있다면 나를 찾아주면 된다. 5개 이상의 과학실을 리모델링한 경험이 있다.
기꺼이 컨설팅해드리겠다. 조금 먼 곳이라고 달려간다. 나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말이다.
실험 수업을 하다보면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 것처럼
과학실 리모델링을 하다가도 별별 문제가 다 발생하게 되지만
완성 이후의 편리함과 쾌적함은 비할바가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