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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43

by 태생적 오지라퍼

피곤했던 어제 저녁. 일단 자고 보자는 나의 작전이 통했는지 오늘 일찍 일어났다.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것은 왜 그럴까? 내 수면 패턴은 주말과 평일 구분이 없다.

조금 아깝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분으로 음식을 시작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멋진 아침 식사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콩나물을 다듬고(콩나물 다듬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우리집 고양이 설이이다. 열중 관중모드로 쳐다본다.)

1/3은 콩나물 두부국으로

나머지 콩나물은 야채 듬뿍 당면 조금 넣은 간장 콩나물잡채로

두부도 1/3은 콩나물 두부국으로

나머지는 신김치볶음과 같이 먹을 두부구이로 부지런히 변신에 성공했다.

토마토 2개는 작게 잘라서 계란 3개와 함께 설탕 넣어 부글 부글 볶아주었고

나머지 토마토는 고기랑 함께 토마토스튜를 되직하게 만들어 먹으려 한다.

1/3 남은 양배추는 쌈으로 찌고 청국장 혹은 강된장과 먹으면 된다.

위에 적은 양이 딱 우리식구 한 끼 맛있게 먹을 양이다.

식사량이 모두 많지는 않는다.

머릿속으로 다음 한 주 먹거리 정리도 하고 냉장고 정리를 끝냈다.


다른 식구들은 주말 아침잠을 즐기고 있어서 깨울까 싶어서 조심조심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뒤늦게 일어난 아들 녀석은 운동에 늦었다면서 에너지바 2개를 들고 뛰어나가고

더 늦게 일어난 남편은 지방에 결혼식이 있다면서 토마토 반 개를 먹더니 훌쩍 나가버렸다.

모두들 저녁까지 먹고 들어온단다.

아니 오늘 이렇게 하루 종일 외부 계획이 있으면 미리 이야기해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그러면 내가 아침부터 이렇게 음식하느라 종종거리지 않았을거 아니냐고 이야기해봤자

두 임씨는 늘상 그렇듯이 별 표정변화가 없다.

마치 니가 좋아서 했고 니가 맛있게 먹으면 되었지 뭘 그러냐는 표정이다.

아침부터 혼밥 처지인지라 기분은 별로이지만

어제부터 약간 위험 수준이었던 목이 덜 아픈 것에 감사하며 주말 하루를 시작해본다.

일상은 드라마처럼 진행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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