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이하는 기본 자세
연휴 기간이고 어버이날 즈음이고 해서 시어머님을 뵈러 갔었다.
얼마 전 병원에 잠시 입원했다가 나오셔서 얼굴이 몹시 상하셨을까 걱정하면서 갔으나
여전히 기억도 좋으시고 얼굴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으셔서 안심이 되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니 얼굴이 안되었다.”
“어머님. 얼굴이 안된게 아니고 많이 늙은 거예요.” 나의 답변.
그런데 달라진 것이 있긴 했다.
그 이전에는 음식 재료도, 음식 만드는 기구에 대한 관심도, 하다못해 옷까지도 소유욕이 강하셨던 분이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물 냉장고를 열어 얼려둔 두릅, 엄나무순, 떡국떡, 망고, 오렌지를 싸주시고
누군가에 선물을 받으셨다는 시계도 주시고
오늘 선약이 있어서 함께 못 온 아들 녀석을 보고 싶다고도 여러번 이야기 하시고
자꾸 무엇인가를 주려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서 두릅은 살짝 데치고
엄나무순은 양념하여 조물조물 무치고
떡국떡으로는 달달하게 떡볶이를 했다.
인스타에 봄 음식으로 사진이 넘쳐났으나
비싸서 못 먹었던 데친 두릅은 초고추장 찍어 먹고
엄나무순 무침으로는 주먹밥을 싸서 먹었다.
평소에 야채나 나물에는 관심을 별로 안보이던 아들 녀석도
오늘은 좋아라 하면서 먹었다.(떡볶이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주말에는
두부와 신김치를 달달 볶아서 먹고
참치캔 하나에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넣어 텃밭에서 딴 상추쌈에 싸서 먹고
잘못 주문하여 두 팩이나 배송 온 토마토와 달걀을 후룩 후룩 볶아준 것도 먹고
콩나물과 당면을 삶아서 간장 양념한 콩나물잡채도 먹어야지
계획은 화려하게 세워두었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중요한 건 나의 컨디션이다.
이번 주 출장과 모임으로 많이 피곤하다.
지하철을 세 번씩 갈아타고 출장을 가고, 학생 인솔도 가고, 저녁 모임이 두 번 있었으니 피곤할 만도 하다.
음식하는 것도, 맛있게 먹는 것도 컨디션이 좋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일단 쉬어보자. 주말을 맞이하는 기본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