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가 데려다준 회상

추억을 먹고 자란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조치원집 거실 오픈장식장에는

막내동생네 유일한 아들녀석이자 나의 조카녀석이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레고 작품들이 엄청 많이 있다.

서울집에서 도대체 이것들을 어떻게 날랐을까 궁금할 정도이다.

아마도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간 하나뿐인

아들 녀석이 보고 싶었을 때

조치원에서 막내동생 부부는 아들 녀석의 손때가 묻은 레고를 보면서

그리움을 달랬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학생이면 아직 한참은 어린 녀석을 미국에 달랑 혼자 보낼때까지의 그 고민의 날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 레고가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었다면

그리고 각각의 장난감을 만들때의 기억을 되살려주었다면

(기억력이 비상한 동생은 물론 속속들이 다 기억하고 있을거다.)

레고는 장난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일지 모른다.


나의 하나뿐인 아들 녀석도 인생 가장 처음으로 몰입해서 좋아라했던 장난감은 레고였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레고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레고가 그리 호락호락한 가격의 장난감은 아니다.

그런데다가 종류는 무지무지 많아서 사도 사도 자꾸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는 소비 지출계의 블랙홀이었다.

물론 어제 내가 그린 대문사진 것처럼 아주 간단한 키트 형태도 있었지만

레고의 수준별 난이도는 단계별로 깨야하는 미션 형태였음에 틀림없다.

아주 대작 수준의 그리고 조립도를 한참 보고

또 봐야하는 것들은 매우 비쌌고 거대했고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조립도를 보고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에는 젬병이었다.

그러니 아들 녀석은 오롯이 혼자서 오래 오래 걸려서 그것들을 만들곤 했다.

그런 대작은 어린이날이나 생일날 선물로 딱이었다.

미국에 있는 조카나 아들 녀석이나 생일 선물로 당연히 레고 키트를 희망했던 그런 시절이 물론 있었다.

요즈음 어린이들도 그러려나는 모르겠다만

그 시절에는 그랬었다.


이런 매뉴얼로 만드는 레고를 다시 만난 것은 미래학교 근무 시절이었다.

레고 블록의 형태는 분명 맞는데 자기가 주어진 주제에 따라 레고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더 중요한 것은 레고에 센서를 장착하고

코딩 과정을 통해서 프로그래밍 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고난이도의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미니 로봇 형태가 되어 융합교육의 한 형태로 진화한 것을 만난 것이다.

지금은 더더욱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와서 상상력과 논리력을 필요로 하는 종합예술품의 경지가 되었다만.

미래학교 입구에는 레고 블럭으로 학생들이 만든 세계지도와 각 나라 국기가 전시되어 있었음도 한몫했다. 그 공간의 핫 스팟이었다.

이렇게 장난감의 형태에서 교육 자료로 변신에 성공한 레고를 보고 있으면

레고에 몰두해서 입술을 오므리고 매뉴얼을 뚫어지게 보면서 눈에서 레이저를 뿜으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던 아들 녀석이 저절로 생각난다.

레고를 척척 만들던 아들 녀석을 보고

저 녀석은 다행히 똥손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에 부풀었었고 다행하게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아마 내가 그렇게 아들의 과거를 떠올리듯

동생도 이 레고들을 보면서 자신의 아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묵묵히 레고를 만들던 나의 이쁜 아들 녀석은 후쿠오카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어제 하루 종일 <별일없냐>는 나의 톡에 <네>라는 답만 달랑 보냈었다.

너만 즐거우면 되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는 일도 엄청 중요한 것인데

나는 그걸 잘 못하는데

너는 나를 안닮아서 그것도 잘 했으면 참 좋겠다.

미국에 있는 조카도 열공뿐만 아니라

멋진 쉼도 함께하길 바란다.

MZ세대는 무릇 그래야 하는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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