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채 버리지 못한 물욕이라 읽는다.
아침에는 다시금 할 일을 찾아 헤매이는 하이에나가 된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아르바이트 거리는 없나
연구할만한 기회는 없나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런 나에게 에너지가 부럽다거나
멍 때리고 쉬는게 얼마나 좋은데 그러냐는 등의 이야기를 해준다만
곧 나도 멍 때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시간을
절대 피할 수는 없고 머지않아 만나게 될 것을 잘 알고 있다.
가급적 그 만남의 시간을 늦추고 싶을 뿐.
점심은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봐두었던
냉이와 봄동을 중심으로 한 김밥이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을 담아본다.
지난번 조치원 전통시장에서 샀던 간간한 냉이무침이 있고
봄동을 사서 생으로 쌈을 싸서 먹다가 일부는 겉절이를 했다가 남은 것은 살짝 데쳐서 무쳐두었었다.
편리함을 추구하느라 달걀을 흰자, 노른자 나누어서 지단을 부쳐서 김밥에 넣지 않고
요즈음은 달걀말이를 해서는 통째로 넣는 방법을 쓴다.
달걀이 주가 되는 김밥집들이 히트를 친 것에서 머리를 써본 것인데 엄청 편리하다.
김밥과 생오이 그리고 달걀말이와 봄동무침으로 한 줄. 김밥과 달걀말이와 냉이무침으로 한 줄.
엄청 통통한 김밥이 되었다.
꼬다리는 내 몫이고
(늘상 그랬다. 나의 엄마가 그러셨던것처럼)
가운데 부분은 남편 몫으로 남겨두고 집을 나섰다.
금요일이라 오후에 차가 막힐까 싶어서였다.
어제 을지로4가 가구점에서 서울에서 식탁을 사서 배송시킬 수는 없겠다는 것을 깨달았었고
지난번 백화점과 대형몰에서는 너무 고가의 물품만 보았었고
인터넷 주문을 하자니 제법 오래 사용할 식탁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여
(사실 인터넷 쇼핑을 선호하지 않는다. 물건 구경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데 그걸 안한단 말이냐.)
집 주위의 가구 전시장을 검색해보니
공장형 가구점들이 30여분 거리에 몇 곳이 있었다.
그중 가장 평이 좋아 보이는(물론 돈을 받고 평을 써주는 전문가님들의 블로그일 수 있다만) 곳을 가보려고 출동한다.
겨울이라 일주일에 한번쯤은 차를 구동시켜준다는 의무감도 조금은 있고 말이다.
사용한지 10년차에 접어드는 노령의 차인데 주행거리는 7만이 채 되지 않았다.
마침 내가 을지로 4가 가구점에서 봤던 똑같은 식탁도 있고
원하는 사이즈의 몇몇개 후보군을 놓고
고양이 발톱으로부터 견뎌낼 수 있을지
지금 있는 의자와 어울릴지
너무 젊은이 취향은 아닌지
등등을 고려하여 어렵사리 하나를 선택했다.
이곳에서 사니 집까지 근처라 배송료가 없다.
그리고 생전 못해본 디스카운트 시도가 먹혀서 5만원을 깍아주었다.
원래 10만원쯤 깍을까했는데 내 실력이 그정도가 되지는 못한다.
아무나 디스카운트 밀당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경험이고 능력이다.
다음 주 식탁이 배송되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나면
하나뿐인 아들 녀석이 집에 와도 마음에 걸리는 일은 없겠다 싶다.
마음의 짐을 내려놨다는 기쁨도 순간
지난주부터 멍이 들어있던 엄지손가락 근처 그곳을
또 차문을 열다가 꽝 박았다.
간신히 그 멍이 다 사라져가는데 말이다.
지금 그 부분만 세 번째 부딪히는 중이다.
맞는 곳을 또 맞는게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인가?
틀렸던 수학 문제를 또 똑같이 틀리는 것만큼 기분 나쁜 일이다.
자꾸 자꾸 주무르고 있는데 부어오르거나 다시 심하게 멍이 들어보이지는 않는데도 기분이 영 그렇다.
식탁을 샀으면 하루 정도는 기분이 좋아야 마땅한데 말이다.
이 정도 검색과 고민 끝에 식탁을 구매했으면
슬기로운 소비생활이라 주장하고 싶지만
사실은 아직도 채 버리지 못한 물욕의 표상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명료하게 알려주려고 내 손가락에 아픔을 주신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겠냐. 이미 결재는 완료했고 손가락은 부딪혔으니 엎어진 물이다.
당분간 추가로 사야할 품목은 이제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또 모른다.
지름신이 어떻게 언제 작동할지는 말이다.
(오늘의 대문 사진은 일본 도쿄 어딘가의 스벅 벽면이다. 이번 주 다녀온 후배가 보내준 것이다. 스벅도 이제는 위치마다 업장마다 차별화 전략을 쓰는 듯 하다. 근래 본 스벅 사진 중 최고는 거제도 것이었는데 스벅때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마케팅 전략 대성공일 듯 하다. 물론 나는 멀어서 거제도까지는 못 간다만. 외국에 가서 스벅에 가볼 생각은 시애틀에서 밖에 못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