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은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85

바지락과 홍합

by 태생적 오지라퍼

엄지와 둘째 손가락 피부까지 헌납했건만

노트북 자판의 S자 키는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아예 빼고나니 잘 눌러진다.

이참에 젊은이들이 쓰는 멋진 자판으로 바꿔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만 노트북이다.

일본에 휴가를 잘 다녀온 아들 녀석에게 하소연했더니

근처 LG A/S 센터를 찾아서 링크를 보내준다.

월요일에나 가봐야겠다.

방법은 이제 그것밖에 없겠다.

도대체 나는 어제부터 오늘까지 무얼 한 것이냐?

소득이라고는 없고 내 소중한 피부만 식겁했다.


분한 마음에 음식을 만든다.

분한 마음일때는 머리를 쓰는 일은 효과적이지 않고 기계적으로 몸을 쓰는 일이 더 맞는다.

음식을 하는 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무슨 마음이 들었었는지 목요일 워크숍 쉬는 시간에 대형마트에서 온라인으로 장을 봤었다.

무언가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잊어버릴까봐

그 순간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버릇의 발동이고

이곳으로 이사온 후 당일 배송은 불가능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바지락술찜을 해먹고 싶었다.

술은 안 먹지만 칼칼한 것이 땡기는 날이 있다.

고기를 안좋아하는(거의 안먹고 기피와 회피를 하는 수준이다.) 남편 때문에 매번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제한적이다.

채소나 야채 아니면 해산물이다.

바지락은 아주 소량씩 팔아서 내친김에

홍합도 주문해두었는데 그것은 아주 양이 많았다.

오늘 오후에 배송온 그것들을 보면서 빨리 처리해두어야겠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해산물은 더더욱 빠른 조리와 식사 아니면 냉동처리 작업이 요구된다. 겨울인데도 그러하다.

생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나 장염 걸렸다는 사람이 꽤 많다.

해감해놓은 바지락과 홍합에 부추까지 넣어 칼칼한 찜을 하고(요것이 오늘 저녁 당첨이다.)

나머지 홍합은 모두 삶아서 살만 발라서

일부는 홍합 미역국을 끓이고(생전 처음 해봤다.)

일부는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홍합 먹은 것을 잊어버릴때쯤 되면 꺼내서

홍합살과 그때 냉장고에 남아있는 야채와

참기름과 고춧가루 넣고 조물조물 무침을 해먹으면 되겠다.

내 맘대로이다.

음식 이름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만.


저녁을 준비해두고는(남편의 저녁 식사 시간은 7시반이다.)

목요일 워크숍에서 받아놓고 먹지 않은 간식을 꺼내 먹는다.

오늘 오전 그림으로도 그려둔

<몽쉘통통>으로 기억하는 최애 달달구리와

딸기맛 <카스타드> 이다.

중학교에 있을 때는 주말이면 다음 주 업중에

학생들에게 줄 과자를 내돈내산으로 구입하곤 했다.

작은 과자와 사탕하나로 아이들에게 작은 기쁨과 학습의 동기부여를 유도하곤 했었다.

한주일의 과자를 고르면서 나는 마냥 뿌듯하고 좋았었다.

이제는 그 과자를 줄 녀석들이 없다는게 이리 서운한 일이 될지 그때는 몰랐었다.

2026년 1월의 마지막 날 저녁 브런치를 이렇게 간식을 먹으며 마무리한다.

동생에게 그림을 보냈더니 자기는 <고구마과자>가

더 맛나다고 한다.

나도 물론 잘 알고 있다. 그 과자의 맛을.

신용산역 집 앞 편의점에서 수도 없이 사다 먹었었다.

평소에는 까맣게 잊고 있지만 한 입만 맛보면 알 수 있는 먹거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 인생 나이먹은 만큼 맛난 음식도 많다.


<몽쉘통통>은 불꽃야구 최애 선수도 맛나게 먹은 간식이라 더더욱 정겹다.

간식도 정겹고 <불꽃야구>도 그립다.

유튜브 돌려보기하기에도 슬슬 지쳐가는데 새로운 영상이 월요일에 올라오면 참 좋겠다.

월요일 나는 이빨 빠진 노트북 자판을 수리하러 가야하고

남편은 금박아둔 것이 홀라당 빠진 진짜 이빨을 치료하러 가야한다.

지난 주 남편이 심하게 아팠던 이유 중 하나는 치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과학적 추론을 해본다.

그리고 나서 금니가 홀라당 빠졌고 빠지고 나니

이제 오히려 아프지는 않다하는데

통증 감각이 무딘 사람이라 어디까지 믿어야하는지는 모르겠다.

치통이 참을만한게 결코 아닌데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연쇄반응 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