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카톡 수다 정리

함께 수다를 떨어준 후배들 고맙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카톡으로 수다를 떨만한 사이도 그리 쉽지는 않다.

일단 엄청난 신뢰가 쌓인 사이가 아니고서야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신세 한탄이나 기타

소소한 정보를 깨알같이 나누기란 쉽지 않다.

오늘은 카톡으로 대화를 엄청 많이 한 날이다.

새로운 정보도 주고 받았으며 물론 격려와 위로는 덤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있다.


후배들과의 그룹 A의 아침 수다 일부이다.

사진을 잘 찍어서 내 브런치 대문 사진으로도 종종 사용하는 후배의 톡이다.

<어제 인천 공항에서 오는데 보름달이 엄청 크게 떠서 조명같았어요. 운전하느라 사진을 못찍어서 아쉬웠어요.>

나도 보긴 봤는데 운전도 안했는데 사진이 잘 안찍히더라.

밤에는 오히려 잘 안 찍히고 낮달이 나는 사진 찍기에 더 편하더라.

왜 그런것인지는 천체 관측 사진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없어서 알 수 없다.

그리고는 일본에서 찍어온 동백꽃 사진을 보고

동백 이야기를 한참 나눈 후에

뜬금없이 피부관리 이야기로 넘어간다.

원래 이런 맥락없는 점프가 친한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오늘 세수하고 문득 거울을 보다가 왼쪽뺨 보고 깜짝 놀랬어요. 얼룩얼룩~~ 운전하면서 생겼나봐요. 소중한 나의 왼 뺨이 늙었네요. >

그랬더니 대번에 고급 정보가 들어온다.

<@@기미 크림 발라. 이거 바르고 얼굴이 많이 밝아졌어. 그리고 남은걸 손등에 발랐더니 손등의 검버섯이 사라지는거야.

기미는 단순히 레이저로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위장장애등 몸 상태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했어.>

의학전문 유튜브를 열심히 본 다른 후배의 조언이다.

내가 한마디 보탠다.

<아들 녀석에게 구정에 먹고 싶은 희망 음식을 받아보니 제사용 탕국에 나물 비빔밥이라네요.

제사 간신히 없애고 졸업했는데 아들 녀석 때문에

또 탕국 끓이게 생겼어요.> 라고 하자

각자 집안의 그리고 전국 팔도의 탕국 끓이는 방법에 대한 일장 토론이 벌어졌다.

오늘 그 단톡의 구성원 세명이 모두 다 한가한 오전이었던 듯하다.

덕분에 오전이 포근했다.


늦은 오후 또다른 후배 3명이 구성원인 단톡이 부산하다.

<저 문제 있어요. 작은 일에 갑자기 혈압이 확오르며 스트레스. 그것도 사실 제 오해에서 비롯. 물론 바로 정정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층이 매우 얇아진 것 같아요. >

이렇게 고민이 올라오면 다른 두 명은 각각의 방식대로 위로를 하게 된다.

나는 갱년기 증후군이거나 지치고 힘들다는 몸의 시그널이라고 했고

주변에 이야기를 같이 나눌 동료가 없는 CEO 라는 위치가 그렇게 쉬운게 아니라고 위로했다.

<버틸 힘이 많이 약해지는 것 같기는 해요. 점점. 그래서 은퇴라는 것을 하나봅니다.> 이렇게 답이 왔길래

<은퇴하고 나면 심심해서 화가 난답니다.> 라고 웃픈 이야기로 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한 후배는 70이 된 우리 선배가 이번 부산 학회에 참석하더라며 우리를 격려해주었다.

그리고는 <지금 살아보니 그렇다는거라 살아보기 전에는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껏 즐겁게 살았어요.>

라고 스스로 회복되어가는 아름다운 마무리로 마감했다.

같이 좋은 것 보고 맛난거 먹으러 다니자고 의기투합하면서 말이다.


카톡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남편말고 고양이 설이 말고는 입도 뻥끗하지 않는 방학동안 수행의 날들을 보내면서

점점 더 피폐해지고 메말라갔을 것이다.

카톡으로 수다를 떠는 것이 이렇게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이라는 것을

왜 아들 녀석은 모르는 것일까?

단답형 답변만 보낸다.


아침까지 식탁이었던 테이블을 창가로 옮겨서 그림그리고 책 읽는 탁자로 만들어두고

나랑 연배가 비슷해보이는 그림을 하나 찾아 따라 그렸다. 이 글의 대문 사진이다.

물론 옷과 가방 스타일은 나와 천지차이다만

머리카락과 꽃을 좋아하고 안경을 낀 것이 조금은 닮아보였다.

꽃에서 향기가 퍼져나간다는 뜻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아마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일 것이다.

남편이 단백질 보충을 하겠다면 소량의 닭을 사와서 야채 듬뿍 넣고

닭갈비인지 닭볶음탕인지 소속이 불분명한(아무래도 닭볶음탕에 더 가깝다.) 음식을 했고

그것이 오늘 저녁 메인 요리이다.

이렇게 또 아까운 2월의 하루가 지나간다.

함께 수다를 떨어준 후배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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