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45
청국장과 고추참치두부 덮밥
아들과의 싸움은 또다른 아픔을 불러일으켰다. 꿈값을 제대로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싸운 건 싸운거지만 아들의 아침 도시락을 싸주지 않는 속좁은 엄마는 아니라고 자부하면서
딸기, 사과 과일깍고 모닝빵에 버터, 딸기잼, 치즈, 토마토를 넣어주고 출근을 했다.
조금 일찍 가서 4월달 출석부 점검도 하고 수행평가 채점도 끝내리라 하면서 말이다.
지난번 온라인 장보기에서 토마토를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것을 깜빡하고 또 구입하여
토마토가 너무 많아진 관계로 한 팩은 학교에 가지고 가서 풀어두었다.
우리 부서 빈 책상 하나는 간이 카페로 활용한다. 커피도 내리고 간식도 놓아두곤 한다.
집에서는 안 먹던 것들이 학교에 가면 맛있게 먹게 되는 비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컨디션이 안좋아지는 것은 3초도 채 안걸렸다.
비스듬히 앉아서 채점을 하다가 세 번 연달아 기침을 했다. 어제밤부터 기침이 조금씩 났었다.
세 번째 기침에 악 소리가 나면서 고질병인 허리 그곳이 뜨끔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 2년 정도 아프지 않아서 복대도 넣어두고 허리 조심에 대한 관심을 잠시 넣어두었었다.
한번은 속옷을 꺼내다가, 한번은 아래쪽에 넣어둔 그릇을 꺼내다가 삐끗했던 바로 그곳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심하면 꼼짝을 못하고 뼈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을...
나쁜 일은 줄줄이 온다는 말과 업친데 덥친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어제 아들과 언쟁을 벌이고는 배가 아프고 그래서 밥을 못먹고 그러니 기침이 나고 그러다가 허리가 뜨끔하고 이 모든 일은 아들과의 언쟁에서 비롯되었다.
아니다. 그 전날 밤 나쁜 꿈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몸을 일으켜 살살 움직여보니 그래도 그나마 통증 정도는 10을 기준으로 할 때 2 정도이다.
이만하면 불행 중 천만다행이다.
이번 주 아들은 춘천 출장이라 혼밥 뿐 아니라 <나혼자 산다>를 찍어야는데 더 아팠으면 큰 일 날뻔 했다.
허리를 뜨끔하는 순간 괘씸했던 아들 녀석에 대한 감정은 다 날라갔다.
이번주는 오랫동안 준비한 밴드 동아리 첫 번쩨 협주 연습도 해야하고
과학고를 준비하는 융합과학 동아리 학생들과 특강도 들으러 가야하고
자기소개서 작성 및 첨삭 지도도 해야하고
갑자기 생긴 과학실 리모델링 컨설팅도 해야하고
이쁜 손녀딸을 본(부럽기만 하다) 후배와 성북동 나들이도 가기로 했다.
아프지 않은 것이 행복이다. 아프지만 않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갑자기 전투적으로 입맛이 돌아서 김치와 두부를 메인으로 청국장을 끓이고
남은 두부로는 고추참치와 함께 졸여서 덮밥용 양념을 만들었다.
본의 아니게 이번주는 두부 천국인 메뉴이다. 가끔 그렇게 메뉴가 겹칠때가 있다.
아들도 미안한지 고분고분 톡을 보낸다.
이만하니 되었다. 허리 복대를 찾아 메고 앉아서 이 글을 쓸 정도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