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은 무섭다.
누가 봐도 나는 지극히 예민한 사람이다.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 등에서도 그렇고
(두어번 정도 시니컬하다는 이야기까지도 들어봤다. 결코 자랑은 아니다만.)
특히 아픈 것에는 아주 예민한 센서칩이 내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 싶은 일이 어젯밤에 또 일어났다.
가끔 한번씩 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일이다.
저녁을 먹고 파스와 붕대로 쌓여있던 발 부상 부위를 열고 다시 파스를 바르려다가 보니
생각보다 많이 부어있고 멍 부위도 넓고
최초 부상부위로 보여지는 곳에는 까만 피(죽은 피라고 불렀다. 엄마는)도 보이는게 아닌가?
물론 엄마는 그 죽은 피가 다시 서서히 몸속으로 흡수된다 하셨었다만.
사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않으면 잘 안보이는 위치이기도 하고
무서운 것을 잘 못보기도 해서 그냥 그냥 지나쳤는데
(이러니 의사는 할 수가 없다.)
어제는 너무도 확연하게 왼발과의 차이가 보여서 사진을 찍어서는 몇 명에게 물어봤다.
병은 자랑하라 했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먼저 종류는 다르지만 역시 발바닥 부상의 아픔을 알고 있는 제자 녀석에게 물어봤더니
생각보다 부상 부위가 넓고 심하다면서
병원에 가봐야하는거 아니냐고 자기가 농구하다 접질린 적 있는데, 20년 전에, 의사가 깁스하라는 거 안했다가 완전 회복하는데 10년 걸렸다면서 겁을 팍팍 준다.
운동 매니아인 아들 녀석도 놀라면서 이 상태인데 안아프냐고 반문하고 이제라도 병원가보라고 자기가 다니던 병원을 추천해준다.
아마 조금 다쳤는데 내가 과장해서 아프다했던 거라고 생각했었나보다.
후배들은 한의원에 가서 부항뜨고 침 맞으라고
아플 때 침 맞으면 시원하다고 나아가야 아픔을 느끼게 되는거라고 하고
막내동생만 나랑 비슷한 의견이다.
지금 병원간다도 더 해줄 것도 없지 않을까하면서 말이다.
괜히 건드려서 더 아파질지도 모른다고.
역시 형제는 생각이 비슷하다.
괜히 사진을 찍고 의견을 물어보고 하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발이 쑤시는 것도 같고 무섭다만
여하튼 결정은 내려야 할 것 같아서 응급의학과 교수인 주치의 제자 녀석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본다.
한 이틀 지나는 동안 안아팠다면 골절은 아니라 하면서 [그래도 좀 많이 부으시긴 했네요
골절은 아니어도 깁스를 좀 하시는게 나아 보이니
내일 병원 가시는게 낫겠습니다.]
이렇게 머리 정리를 시켜준다. 역시 팩트만 보낸다.
늙은 선생님이 가슴 졸이고 있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월요일에 오픈런해서 병원을 갔었어야 했다. 후회막급이다.
내가 둔감해서 아픈 것을 탈난 것을 그리 심각하게
못 느꼈던 것일수도 있다.
그러고보니 이랬던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자궁근종의 경우에도 마냥 참았다.
남들 다 그 정도의 생리통은 있는거고
생리량도 그정도로 펑펑 쏟아지는게 디폴트인거겠거니 했다.
마지막에 자궁을 드러나는 수술을 앞두고서야
내 생리량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엄청 많은 것이었고
생리통도 심한 수준이었던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여자가 다 참고 사는거라고 한
친정 엄마 말씀을 너무 믿었었다.
치통도 그랬다.
왼쪽 어금니가 흔들리고 쏙쏙 쑤시고 아팠지만
가급적 원 이빨을 보존하는 것이 최고라는 치과의사 제자의 말을 철썩같이 신봉했다. 맞다.
그 녀석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내 이빨의 상태를 직접 살펴본 것은 아니고 말이다.
밤이면 더 심해지는 치통을 부여잡고 참기를 하다하다 그 무서운 치과를 마침내 갔더니
의사가 혀를 끌끌차면서 어떻게 이렇게 톡하면 이빨이 쑥 빠질 지경까지 참았냐 했었다.
이번에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 어젯밤부터
사실 조금은 무섭고 두렵다.
병원이 가깝고 근처에 잘 아는 곳이 있었다면 분명 월요일 오픈런으로 갔었을 것도 같다만.
오늘 서울 나들이에 병원을 들러봐야겠다.
어디를 가야할까 찾다가 왼쪽 무릎을 다쳤을 때 갔던 시청앞 병원이 생각나기는 하는데(오늘 약속 장소가 그쪽이다.)
신용산역 살던곳 아래있던 병원도 생각나는데(용산역에서 가까우니)
일단 기차타고 가는 동안에 생각해보겠다.
딱히 기차안에서 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분명 아픔에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생각하는데(엄살대마왕 취급을 엄마에게 종종 당했었는데)
이 글을 쓰고 사례를 돌이켜보니 둔감한 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산부인과, 치과, 한의원 그리고 정형외과는 특히 무서운 병원이다. 나에게는.
내과는 내가 전문인데 말이다.
오늘 아침 내 마음은 검은색으로 시작한다.
고양이는 검은색이 더 오묘한 아름다움이 있기도 하다만 무섭다.
검은 고양이 네로 빼고 말이다.
오늘이 이럴 줄 알았었나. 이 그림은 어제 그린 것이다.
(내가 이런 사소한 발 부상으로 마음이 오락가락할때 많이 아픈 내동생은 지금 중환자실이다.
2026년 들어서 벌써 세번째 입원이다.
내 발 부상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