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병원에 다녀왔다.
어제 저녁 다리 부상 부위의 심상치 않아 보이는 부기와 멍 그리고 까만 피를 사진찍어 확인하고
주변에 의견을 물어보고는 걱정과 약간의 패닉 상태의 시간을 보냈다.
역시 사람은 멘탈의 지배를 받는지라
갑자기 몸도 오실오실 추운 것 같고
부상 부위도 통증이 새로 생기는 듯도 하고
다리에 힘은 더 안들어가고 그런 컨디션이 아침까지 이어졌다.
계획대로라면 오늘 저녁 6시 옛 미래학교 인근의
꽤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서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 집 스파게티와 피자를 그리 좋아라하지는 않지만.
이제 병원을 가보겠다는 마음은 먹었는데
도저히 어느 병원을 갈까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데다가
서울 저녁 모임을 다녀왔다가는 컨디션이 팍 나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거다.
다음 주면 보고 싶은 아들 녀석이 내려오는 명절이고
그리고 개강도 머지않았는데 말이다.
일단 지난번 미장원에서 잃어버렸던 머리핀이 발견되었다하니
그 머리핀을 받으면서 병원을 추천받아보겠다고 마음을 정한다.
조치원에서 처음으로 병원에 가보겠다는 굳은 결심이다.
혹시 기브스를 해야한다거나 하면 여러번 가야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를 고려한 결정이다.
큰 결심 후 미장원 원장님에게 병원을 추천받았다.
그 분도 나랑 동갑인데 우리 나이에는 병원에 꼭 가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어제 하루 쉬는 날이었는데 자신은
안과, 비뇨기과, 정형외과를 순방 섭렵하고 왔다고.
병을 키우면 절대 안된다고 잘 알고는 있는데
나는 왜 월요일에 딴청을 피우고 게으름을 폈을까나
아마도 이곳 병원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무서워서였고 덜 아파서 혹은 참을만해서 였을 것이다.
다행히 조치원 전통시장 인근 병원은
3층은 다양한 물리치료실,
4층은 검사와 진단실로 체계적인 곳이었고
환자는 엄청 많았고(어느 병원이든 환자는 만원 사례이다.)
태블릿을 연동시켜서 부상 부위를 세심하게 관찰하더니
당연히 골절은 아니고 힘줄도 안 끊어졌다고 한다.
다칠 때 뚝하는 소리를 들었냐고 물어봤는데
사실 당황해서 기억에 자신이 없다.
약하게 뚝소리가 났던 것도 같다만.
힘줄 오랜만에 듣는 용어이다.
내가 고집을 피울 때 소심줄(힘줄) 같다는 표현을 자주 하시던 친정어머니 생각이 또 불쑥났다.
대부분 인대가 늘어났다는 손상의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번에는 힘줄 부상이 맞는 듯하다.
힘줄은 근육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 힘을 뼈에 전달하여 관절을 움직이게 해주는 것이니
내가 쪼그리고 앉을 때만 통증이 있는 걸 보면 힘줄이다.
나는 어젯밤 미세골절을 의심했었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통증이 없을 리가 절대 없고
인대가 늘어나거나 염증이라고 하기에는 부기와 멍의 범위가 꽤 광범위했다.
엉덩이에 엄청 아프고 뻐근한 주사를 한 대 맞고
찬 찜질을 하고(발이 시려서 혼났다.)
전자 충격파 장치를 무릎팍까지 붙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몸을 꿀렁꿀렁하게 순환해주는 물침대 마사지까지 받고 나니
온몸이 노곤하고 잠이 몰려온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병원비가 7,000원이다.
물론 5일치 약값은 별도이다.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서울행 기차 티켓을 취소하고
단톡방에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물리치료 사진을 올렸더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듯하다만)
정년퇴임자에게는 축하를,
장학사로 전직하는 후배에게는 고생에 대한 격려를,
교사를 그만두고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후배에게는 응원의 글을 남겼다.
간신히 전통시장에서 밑반찬 몇 개를 사가지고
점심을 비몽사몽 먹자마자
베개를 두 개 쌓아서 다리를 높게 올리고는(부기 빼려고) 낮잠을 퍼지게 잤다.
주사약 기운인지 물리치료 기운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는 알 수 없다만.
월요일에 병원을 선제적으로 다녀왔더라면
덜 고생했고 마음도 편했을텐데 무지한 일을 했다는 반성만 남았다.
이제 복숭아뼈의 굴곡이 조금은 보인다.
그리고 발목의 무게감도 훨씬 가볍다.
어제 자기 일처럼 열심히 조언을 해준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감사하다.
자기도 이렇게 다쳤었는데 병원을 안가고 버티고 있었다가 친정 엄마가 뒷덜미 잡아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는 후배의 말에(다들 그런 경험이 한번씩은 있나보다.) 또 한번 불쑥 친정 엄마가 생각났다.
오늘 반나절만에 엄마 생각이 벌써 두번째이다.
그래. 아프면 엄마밖에 생각이 안나는 것은 순리이자 국룰이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순리에 따라야 그게 정상이다. 보고싶다. 울엄마.
아마 내 발을 보셨다면 혀를 끌끌차면서 째려보셨을것이 틀림없다.
(오늘 내가 찍은 사진은 당연히 없다.
후배의 작품인 안개낀 인천공항 주차장 사진으로 대신한다.
공항 건설의 제일 중요한 조건은 1년간 안개 발생 일수가 적은 곳일 것이다.
김포나 인천이나 안개가 많은 지역이다.
이착륙 안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비행기뿐 아니라 삶자체가 매일 매일 안개속을 헤쳐가는 것과 같은 날들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안개는 기온이 올라가면 걷히게 되어있다. 과학적 원리이다. 기온과 습도는 반비례한다.
다행히 믿는 구석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인생의 안개에도 그 원리가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