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퇴근 후 일과는 심플하다.
퇴근 길에 오늘의 저녁 음식 메뉴와 일의 순서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놓는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청소기는 돌리고 나가니 청소는 주방 위주로 정리한다.
음식 만들면서 정리도 함께 하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정리가 되지 않으면 일의 마무리도 멋진 시작도 힘들다.
음식 만들기가 끝나고 나면, 아들의 퇴근을 기다리면서
그 날 하루에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브런치 원고를 하나 쓴다.
이때 틀어놓는 것이 <최강야구> 프로그램이다.
유투브를 보던가 돌려보기를 하던가 그것은 그때 그때 여유 시간에 따라 다르다.
월요일 늦은 밤에 본방을 하므로 제대로 본방을 보기에는 다음 날 일정이 무리가 따른다.
본방을 못본 만큼 돌려보기에 진심이다. 여러번 다음 주 내용이 나올 때 까지 무한 돌려보기 중이다.
그리고는 별일이 없다면 일찍 잔다. 잠이 최대의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최강 야구를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시합에 나오지 않은(못한?) 선수들도 벤치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응원을 한다는 점이다.
그 응원의 힘까지 합쳐져서 승리를 부르게 되는 것임을 이제는 알겠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용어는 <제발> 이라는 것도 알았다.
승리에 모두가 간절하여 한 마음으로 제발 제발을 외치는 그들의 표정에서는 진심과 열정이 묻어난다.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스포츠에서는 절대적인 실력이라는 것이 물론 있지만
귀신에 씌운 것 같이 무언가에 홀려서 계획대로 절대 되지 않는 날이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레전드급 선수들이라도 실수가 나오고 왜 저러지 싶은 일들이 연달아 생기는 경기가 있다.
자책을 하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눈물을 흘리고 하는 선수들을 보면
관중의 입장에서 욕하던 내가 반성이 되기도 한다.
원래 자신의 실수는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제일 아파하기 마련이다.
스포츠가 드라마보다 멋진 점은(나의 생각이다.) 인생과 묘하게 닮았다는 점이다.
쉬운 경기가 없는 것처럼 쉬운 인생이란 없다.
물론 최강야구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TV SHOW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편집본이라는 것 빼고 본다면 경기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직관을 보고 와서 편집본을 보면 시시해야 하는데 더욱 공감하게 된다.
(그것이 편집의 힘이라면 편집자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가끔씩 유투브에 올려주는 미공개 이야기들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아무런 이야기 없는 연습 장면도 그들의 열정을 볼 수 있어 좋고
이제는 늙은 아재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과 푸념거리도 인간적이라 좋고
부진했던 선수가 다시 일어서게 되기까지의 노력을 보게 되면 눈물나고
아마추어 선수들이 성장하여 프로에 진출하는 이야기는 희망고문이기는 하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무엇보다도 80넘은 나이에 펑고를 직접 쳐주는 김성근 감독님의 지독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어느 후배교사가 나에게 학교계에 있는 김성근 감독이라고 칭찬해주었다. 너무도 기분좋은 말이었다)
그렇다. 나는 최강야구에 지독하게 몰입되어 있고 나의 퇴근 이후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최강야구 덕후가 되어 그들을 아무 조건없이 응원한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의 삶도 그렇게 지지하고 응원해준다면 참 좋겠다.
아마도 내가 브런치를 작성하는 여러 이유 중 한 가지 일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