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에게 명절이란?

오늘 서울 시내는 복잡할까?

by 태생적 오지라퍼

완전 백수는 아니지만

방학 동안 쭉 쉬고 있다가 맞이하는 명절은 참으로 오랜만이기는 하다.

추석은 항상 수업하는 중에 쉬니까 꿀맛 휴식인데

구정은 방학 중에 걸리기는 하지만

새학기 준비와 이전 학기 마무리로 정신없이 바쁜 중에 걸리니

(작년의 경우는 구정 휴가 바로 전 날이 종업식이자 졸업식이자 나의 마지막 출근일이었다.)

올해가 정말 오랜만에 푹 쉬다가 맞이하는 명절이 되는 셈이다.

어젯밤 서울 한 복판에서 퇴근하는 후배는

집까지 얼마나 길이 막힐까 걱정을 할 정도였으니

명절 시작점이 맞겠다만

(그래서 오늘 대문 사진을 서울 한복판 도로 사진을 골랐다. 엄청 정체일지도 아니면 다 빠져나가서 널널할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평소와 다름없이 엄청 조용하다.

놀이터에서 떠드는 아이들도 이전 집 앞 주유소에서 가끔 들리던 싸우는 소리도 전혀 없다.

하루 종일 내 목소리만 들릴 때도 있다.

아니다. 고양이 설이가 있다.

어제는 화잘실 청소와 전기 스위치 교환해주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고

그 분들에게 쑥떡과 귤 그리고 두유를 나누어드렸었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명절이 된지도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는 명절이 아닌지도 꽤 되어간다.

제사 음식을 하느라 꼬박 하루를 보내고 기름 냄새에 질렸던 그래서 심한 두통이 찾아오곤하던

그 시간들이 그립다고 까지는 못하겠지만

그 음식들을 싸가지고 가서 여러 명이 둘러앉아

이것 저것 고열량의 음식들을 나누어 먹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리고 깔깔대던

그 시간이 그립지 않다고도 못하겠다.

물론 그 중에는 듣기 싫은 이야기도 있었고

(어르신들은 꼭 그렇게 정치 이야기를 한다.

정치 이야기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라나.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게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 믿는다.)

눈에 거슬리는 사람도 나오는(주로 제 자랑을 엄청하는 사람이다.) 그 시간이

명절의 대표 이미지로 나에게는 아직 남아있다.

토, 일, 월, 화, 수, 목까지는 기차표도 없고

길이 막힐까봐 어디 가볼 수도 없을 듯 하고

나에게는 섬에서의 유배 생활과도 같은 날들인데

다친 발의 회복을 위한 날들이라고 생각하련다.

물론 하나뿐인 아들 녀석은

월요일에 내려왔다가 화요일에 올라갈 예정이다.

명절 유배 생활을 버티는 힘이다.


아들 녀석 내려오는 기차 시간에 맞추어

전통시장에 가서 나물 몇 가지만 사오려 하는데

냄새에 혹해서 전 몇 가지도 집어 들고 올지도 모른다.

어제는 너무 심심하니 반찬집에 전 굽는 알바라도 나갈까 싶었다.

나름 수십년간 전 좀 부쳐본 여자다.

친정집은 고기로 만드는 전을 얇게 저민 소고기에 달걀물을 묻혀서 구운 육전과(요즈음 가끔 술안주로 파는 식당들이 있더라.)

완자로 만들어서 굽는 고기전 두 가지를 했었다.

인기는 완자형태 고기전이 더 많아서 명절 음식 중

가장 먼저 없어지는 베스트 아이템이었다.

예전에 제사 지내러 오는 친척 분 아들 중에

완자 고기전을 싹쓸이하는 녀석이 있었다.

나이는 나와 비슷했는데 꼬집어주고 싶었었다.

세상에 눈치가 그리 없고 자기만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아마 경제적으로는 분명 성공했으리라 싶다.

그렇게나 많이 우리 엄마의 땀이 들어간 제사 음식을 얻어먹었었는데

정작 친정 아버지 어머니 장례식에 그 집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었다.

내가 기억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번 명절 내가 할 명절 음식은 단 한가지이다.

아들이 주문한 탕국이다.

고기도 사놨고 무, 당근도 사놨는데 다시마는 없다만

어제 가래떡 산 그 부스에 다시마가 있는 것을 슬쩍 보고는 왔다.

다시마가 들어가면 깊은 맛이 우러난다.

살까 말까 오늘 점심 산책 때까지 고민을 해보겠다.

명절인데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날이 60이 넘으니 오긴 온다.

명절 전 스트레스로 힘든 분들. 늙으면 해결된다. 늙기를 기다리면 된다.

세상은 항상 넘치거나 모자란다.

넘치게 일이 많은 명절이거나 아니면 너무도 적적한 명절이 되는거다.

중간은 없다. 왜 그런 것인지는 60 넘게 살았는데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과하거나 혹은 부족하거나.

나는 딱 중간만 하겠다고 생각해도 그게 그렇게 되지 않더라.

그런데 이 구정 명절까지만 한가하고 그 이후로는 바빠질 예정이니 휴식을 즐겨보자 마음을 먹는다.

발 부상 이후 안 움직여서인지 그래도 1Kg 증량에 성공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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