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한 일도 안한 일도 없는 하루
딱히 해야할 것이 없는 명절 1일차 리뷰이다.
남편은 어제 항암주사를 맞았고
<컨디션 괜찮고, 혈액검사'결과도 나쁜거 없다네.
오후에 사촌동생 만나서 요양병원 같이 가기로 했어.
상황보고 내일 집에 갈수도 있을 거같아. >
이렇게 문자를 남겼다.
야호 생각지 않았는데 오늘은 완전 자유부인이다.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약을 먹어야하는 환자가 없으니
오늘은 내맘대로 시간에 밥을 먹고
맘껏 삐툴어진 생활을 해볼테다라고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삼시 세끼 밥을 안하니
더더욱 할것이라고는 없는 조용한 삶이다.
거의 수녀원이나 사찰 체험 수준이다.
책을 읽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멍하니 있다가
기온을 체크하니 영상 7℃라고 표시된다.
얼른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온다.
언제 또 추위가 나를 힘들게 할지 모른다.
외출 명목은 발 부상 재활 훈련과 베란다 앞 식물존 구성이다.
조치원 전통시장 근처에 가면 무엇이든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거기 없으면 조치원 전체에 없는 것이다.
내 두달 반 동안의 관찰 결과는 그렇다.
와. 이곳에 내려와서 가장 많은 사람을 보는 날이다.
전통시장은 대목 중에 대목인 명절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나는 일부러 사람 많은 곳으로는 안들어가고
주변을 배회하면서 베란다의 대파와 당근 등을
잘 자라게 할 용기를 찾아다녔으나
모종이나 비료등을 파는 곳들은 있는데
내 의도에 맞는 것을 파는 곳은 없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그냥 걷다보니 다이소가 보인다.
그래, 저기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없는거 빼고 다있는 곳이 다이소가 아니더냐.
내 맘에 쏙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의사를 반영하는 투명 용기를 사가지고 걸어왔다.
어제는 5,000보 내외 오늘은 8,000보 내외를 걸었는데 딱히 오른발의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으니
아직 보기에는 흉측하고 양말 신을 때 느껴지는 부기는 있다만
그냥저냥 회복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집에 와서는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인지 알 수 없는
발아현미밥에 달래무침을 돌돌 말아서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다.
SNS에서 본 것 따라하기이다.
마침 달래 한웅큼을 사서 달래장을 만들고
시금치와 함께 된장국을 끓이고도 남은 것이 있었다.
마지막 덩어리를 데쳐서 된장에 조물조물 양념해서 주먹밥으로 말아 먹었더니 감칠맛이 난다.
총각김치 빨아서 졸여둔것과 함께 말이다.
건강식이라 당뇨를 걱정하는 남편이 먹었어야 마땅한데
남편이 하필 없는 날 나혼자 얌냠한다.
그리고는 아까 사온 투명 용기에
올해 내 베란다 첫 재배 작물을 옮겨담아준다.
Only 물만 주는 수경재배 작품이다.
앞으로 로메인 상추와 루꼴라 추가 예정이다.
루꼴라 꽃의 우아하고 아름다움을 집에서도 느껴보고 싶다.
베란다에서 꼬물락거리며 일을 하니
고양이 설이가 와서 옆에서 관찰을 시작한다.
이쁜 루꼴라 꽃을 고양이 설이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다.
둘을 원샷으로 한번 잡아봐야겠다.
이제 삼십분 골프 연습을 하고(언제 내려갈지는 알 수 없다.)
고양이 털이 보이는 이곳 저곳 청소를 하고 나면 하루가 지나갈 듯 하다.
아참. 일몰 사진 멋진 것 하나 찍는 것에 도전할 예정이다.
오늘 산책할 때 구름에 가린 태양 사진도 찍었고
봄눈 가득 올라온 꽃 사진도 찍었으니
일몰 자신으로 명절 첫날을 마무리 하면 되겠다.
이 글의 대문 사진은 달래주먹밥 음식으로 할까
내 베란다 식물로 할까 오래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세상에나 다이소에서 저 투명용기에 얼마나 세게 가격표를 붙여두었는지 떨어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확대된 사진을 보니 고양이 설이 눈꼽을 안닦아줬다. 너무 슬프게 나왔다.
언제쯤 설이 미모를 제대로 반영하는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게 될런지는 알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만원사례에 시끄러운 아저씨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45분간 골프 연습을 했고
오랫만에 집 뒷편 저수지 주위를 산책하면서 일몰사진도 찍었다. 이만하면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