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87

명절임을 느끼게 해준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안방 전기 스위치 문제를 오늘은 꼭 해결해서 남편에게 구정 선물로 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고

마지막 확인 작업차 관리사무소에 들른다.

아침에 전화 문의했을때는 여자 일반 행정직원이 받은 듯하여

업무를 더 꿰차고 있는 시설 관련 담당자에게 하소연과 읍소를 해보려고 말이다.

전화보다는 방문이 효과적이라는 것쯤은 이제 여러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사진을 보여주고 일반 똑딱이 스위치를 사가지고 오면 이것을 연결해줄 분을

소개시켜 주실수 없냐고 읍소하였더니

(늙은이가 가급적 안되어 보이게 말이다. 물론 진심이다. 연기는 절대 아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스위치만 사오면 전기 기사를 보내주겠다 한다.

그리고 스위치 구입 장소도 조치원 시장보다 훨씬 가까운 곳을 알려주었다.

감사하다. 아무리 발 부상 중이라지만 한 정거장 정도이니 재활 훈련 겸 기꺼이 다녀올만 하다.

다행히 날씨가 환상적이었고

그래서인지 거의 일주일만에 5,000보 넘게 걸었으나 발은 통증없이 괜찮다.

아마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는 기쁨때문이었을 것이다.


신나게 똑딱이 스위치를 사가지고 오는 길에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앞에

떡국떡과 어묵, 다시마를 파는 부녀회 명절 특별행사 부스를 보았다.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한다는 취지도 좋았다만

얼마만에 사는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가래떡에 혹한다.

나 같은 사람이 꽤 있는지 가래떡이 완판 직전이다.

아직 몰랑몰랑하니 만져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옛날 옛적 엄마가 연탄불에 구워주시던 그 꾸덕꾸떡 중간 중간 까만 딱지가 앉은 그 가래떡은 아니지만

(그 까맣게 탄 것도 맛있었다.

지금같으면 암 발생 요인이라고 질색팔색 했을테지만)

전기 기사님이 오시기전 얼른 하나를 올리브유 돌리고 구워서 남편 최애 꿀에 찍어 먹는다.

남편은 당뇨를 걱정하는 사람인데 꿀이랑 떡을 좋아라한다.

사진을 단톡에 올리니 후배들도 침을 흘린다. 떡고문이라면서.

누구는 가래떡을 구워 간장을 찍어먹기도 한다하고 소금을 살짝 뿌려서 구워 먹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냥 늘 먹던대로 꿀이다.

조청까지 있다면 최고겠지만 말이다.

먹는 것에 있어서는 절대 보수적이다.

촌스럽다고나 할까.


가래떡 구이를 맛나게 훌떡 먹고났더니

관리사무소 전기 기사님이 오셔서 드디어

두달간 남편을 괴롭히고 결국 나를 힘들게 한

전기 스위치 교체를 말끔하게 끝내주신다.

신나는 마음에 귤을 조금 싸드렸다.

오늘은 구정맞이 화장실 청소와 스위치 교체를 완성한 의미있는 날이다.

화장실 청소를 전문가 두 분이 열심히 하시는 동안(유리에 낀 물때를 한땀 한땀 긁어내주셨다.)

나는 마냥 쉴 수 없어 뒷베란다와 싱크대 청소를 따라했었고

그 사이에 현장 답사 알바 하나를 확정지었고

(오랫만이라 신난다. 국중박 가면 좋겠다.)

오랜만에 5,000보 이상 걸었고

남편이 정상적으로 항암주사를 맞고 있다는 문자까지 받고 나니 온 몸이 노곤해진다.

그런데 지금 자면 중간에 깨서 날밤을 샐 확률이 있다. 안된다.

그리고 저 맛난 가래떡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어야지 않겠나.

떡이 일단 한번 꾸들꾸들 굳어지면 그 맛이 안난다.

아이고야 탄수화물 폭탄에 혈당 폭발이다만

매일 그러는 것은 아니니 눈을 딱 감으련다.

저 가래떡으로 구정날 아침에 떡국을 끓일까말까는 아직 고민중이다.

아들 녀석 선택에 따르련다.

가래떡 하나에 나는 자연스럽게 명절 모드

스위치 온 상태로 변신한다.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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