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88

몸에 안좋은 음식 먹기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픈 남편이 항암 치료차 집을 비우는 시간 동안

나는 그동안 못 먹었던 몸에 안 좋은 것들을 흡입하곤 한다.

몸에 안 좋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것들이 내 입에는 아직도 유혹적인 것에는 틀림없다.

보통 때는 먹으려고 시도도 하지 않으니

(아픈 남편이 따라 먹을까봐 아니 먹고싶을까봐.)

아주 가끔이니 괜찮다고 세뇌를 시킨다.

어제 저녁에는 물론 달래무침 주먹밥에

묵은 총각김치 볶은것과 두부 등 건강식을 먹었지만(대문 사진이다.)

달달한 과자를 디저트로 먹었고

(그래도 콜라까지는 참았다. 그게 어디냐.)

오늘 아침은 식빵에 버터 잔뜩 발라 굽고 거기에다 바나나 잘라 얹고 딸기쨈 올려 먹었고

(단짠단짠의 극치이다.)

점심은 햄과 베이컨을 구워 하얀 쌀밥에 올려서

맵고 짠 무생채를 가득 올려 먹을 예정이다.

(맵짠맵짠의 극강이다. 벌써 침이 고인다.)

스팸 구이이나 참치캔 따서 간장 달달하게 졸여먹는 것의 유혹도 있으나 그것까지는 참는다.

내 건강도 소중한 것이니 말이다.

저녁에는 남편이 돌아오므로 다시 건강식 모드로 돌아가서 잡곡밥과 된장국에 생선구이이다.


내일 집에 오는 아들을 위해서 그가 희망했던

탕국용 소고기 국거리를 냉동실에서 내어 두었고

(오늘 미리 끓이려한다. 내일은 마음이 바쁠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돼지갈비와 소고기는 아들 녀석 선택에 따라

양념으로 할지 그냥 구울 것인지를 정하면 되고

생선구이의 생선 종류는 남편에게 고르라고 하면 되니

탕국 준비로 나의 명절 음식은 사실상 끝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손쉬운 명절이 다 있나 싶다.

그래도 설날 아침 간단한 인사는 친정부모님께 드릴 예정이다.

늘상 그랬던 것처럼.

사과, 배, 귤 올리고 탕국과 나물 그리고 떡도 여러 종류 있으니 올리고

절만 두 번 하는 간단한 나만의 인사이다.

아참. 아들 녀석도 함께 하련다.

오랜만에 손주 녀석 인사를 받으면 두 분이 기쁘지 않으시겠나.


첫 손주이고 첫 아들 손주라 엄청 이뻐라 하셨었다.(우리 집은 딸만 있다.)

아마 나보다 더 이뻐하셨을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시절 출근한 나를 대신해서

하교하는 아들 녀석을 맞이해주셨었고

간식과 학원 시간도 챙겨주셨고

담임선생님과 친분도도 나보다 높았었다.

무서운 할머니라 친구들에게 소문나기는 했지만

(자꾸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가려는 아들 녀석을 집에 데려오니 말이다.)

할머니 찬스로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도 쏘고 떡고치도 쏘는 의기양양함도 종종 느끼게 해주셨었다.

물론 아들 녀석의 초, 중, 고 졸업식에도 꽃을 들고 축하해주러 오셨었다.

내가 내 손주 녀석에게 그런 것을 베풀 수 있을지는 전혀 알 수도 없고

지금으로서는 그 날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그나저나 잡채를 조금 할까말까를 고민해본다.

임플란트를 해서 이빨도 안 좋은 남편은 요새

이빨에 무언가가 잘 끼게 되는 음식을 기피하는 중이다.

따라서 후루룩 하고 넘기는 음식들이 최고인 셈인데

그런 의미에서 잡채를 조금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데

고기를 빼야하니 그게 문제이다.

아니다. 고기넣고 해서 남편것만 따로 떠주면 되겠구나.

나와 아들 녀석은 고기가 없어서 못먹는 사람이니 말이다.

딱 한끼 먹을만큼만 하는거니 잡채는

내일해도 충분하다.

이렇게 손쉬운 명절 음식 준비가 있다니

2년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모든 것이 내 정년퇴직과 맞물려 일어나고 있다.

남편의 항암 투병도 제사가 없어진 것 그리고

확 늙어버린 마음도 말이다.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다니는 이유에 대해 글을 썼더니 나의 멋진 제자가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란다. 넘어지면 신고도 해준다고. 그건 나도 아는데 시계를 차는게 그 언제부터인가 답답해졌다.

아직 제자 녀석은 모를 것이다. 그럴때가 온다는 것을. 그 전까지는 시계가 필수품이자 패션용품이었는데.

절대적인 것은 없는 법이다. 늙으면 모든게 귀찮아진다. 그나마 아직 귀찮음을 느끼지 않은게 음식하는 것임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늘 할 일이 얼마나 없는지 벌써 두 번째 브런치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조금 더 바쁘고 기쁜 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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