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라는 이름의 무게

밥 한끼로는 모자라는...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제 나에게는 선배가 몇 명 남지 않았다.

정년까지 2년 남은 나에게 선배란 이제 별로 없다.

그 많았던 선배들은 명예퇴직이라는 기분 좋은 선물로, 혹은 정년퇴직이라는 아련함으로 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주와 이번 주 친한 선배 두 명의 퇴임 모임이 있었다.

각각 성향을 다르지만 안부를 챙기고 서로의 앞날을 기원해주며 나보다 한 발 앞서서 이 길을 거쳐간 분들이다.

나도 곧 머지않아 그 분들처럼 이곳을 떠날테지만

그들의 고민이 곧 나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한 선배에게는 빈대떡과 바지락 칼국수로,

다른 한 선배에게는 쌀국수와 분짜를 대접했다.

물론 이 정도로는 갚을 수 없는 더 큰 마음이 있다.

2주일 전 심한 위장장애를 겪고 나서는 먹는 것이 무섭기는 하지만

선배들께 드릴 것이라고는 맛집의 한 끼 식사밖에는 없다.

오랫동안 그 선배 취향인 맛집을 검색하고

식사 후 그 주위를 돌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곳을 찾고

좋아하는 선배의 모습에 기분좋아하다가

정중하게 정년퇴직을 축하드리고 돌아와서는

요새 최애 프로그램 중 하나인 <줄서는 식당> 몰아보기를 시청한다.

이런 불경기에 줄서서 먹는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장은 얼마나 복받은 것인가를 부러워하다가

세상에 맛있는게 저리 많을까 놀라기도 하다가

나도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에 어디인지 검색도 하다가

먹방을 보는 사람들을 이해하여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다가(그래도 너무 많은 것을 한번에 와구와구 먹는 먹방은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새해부터 다이어트에 진심인 아들 녀석의 저녁을 준비한다.

안동식 찜닭.. 매일 닭가슴살만 먹는 아들 녀석에게 다른 맛의 닭고기를 제공하고 싶어서이다.

요리는 예술이다.

생각과 방법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 요리다.

너무 매콤하지 않게 너무 달달하지 않게 야채를 듬뿍 넣은 찜닭.

다이어트식이라고 우겨본다.

내가 이래봐도 30년 종사한 다이어트계의 선배라고 큰소리 탕탕 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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