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카 같은 옛사랑
2023. 01. 16. 대파김치, 대패삼겹살 간장 버전과 고추 가루 버무림 버전 준비 완료
초등학교 4학년 즈음부터 나는 야구에 입문했다. 입문하게 된 계기는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공부를 하면서도 라디오의 야구 중계를 듣다가 엄마에게 등짝을 맞는 날도 몇 번 있었고
우리 반 남학생들의 야구 시합에 배팅오더를 짜 준적도 작전 지시를 내린 적도 많았다.
내가 하라는대로 하던 남학생들은 왜 그런 것이었을까?
그들이 착한 것이던지 내가 무서웠던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아마도...
국가대표 선수 배팅오더 안내 흉내를 내고
아버지와 서울의 유일한 야구장이었던 동대문 야구장을 가고
숨죽이며 쿠바, 미국, 일본과의 경기를 주시하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슬슬 야구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었다.
바쁜 육아와 일상으로 지친 나 때문일수도,
야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야구인들의 책임일 수도 있다.
그렇게 야구광이었던 내가 야구에서 멀어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작년, 갑자기 눈에 뜨는 야구 프로그램이 생겼다. 은퇴한 야구 선수들이 다시 시합을 뛰게 되는 최강야구.
마음과 다르게 몸이 안 따라주는 그들을 보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는 그들을 보는 것도
최고의 자리에서 이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최고이고 싶은 그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어서였을게다.
현재 프로야구 선수들은 잘 몰라도 내가 익숙하게 알았던 그들을 보는 친숙함이 그렇고
예능인데 다큐를 찍는 그들의 분투가 멋져서 웃다가 살짝 눈물도 고인다.
물론 몇몇은 예능의 본분을 지키느라 고생중이긴 하나 이제는 입야구를 주로 하는 그들의 이야기 또한 구수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이제 다시 야구광이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서 직관을 가볼까 생각하기도 하고
초저녁잠을 참아가며 본방사수를 계획하기도 하고 놓친 방송을 몇 번씩 돌려보기를 한다.
마치 첫사랑을 우연히 다시 스치게 된 사람처럼 말이다. 내가 좋아했던 꾸준함의 정석타자 장효조, 매번 안경알 너머로 불꽃타를 던지던 최동원이 다시 살아올 수는 없지만...
이 글을 쓰고 1주일이 지난 월요일. 감자수제비 야식까지 먹고 야심차게 최강야구 본방을 사수했으나 그날따라 실책만발에 지고 말았다. 다시 사그러지는 옛사랑인가...
(이 글을 쓴 후 1년동안 나는 최강야구에 푹 빠져서 팝업스토어를 갔고 김성근 감독님과 선수들의 키링을 샀으며 고척돔의 직관에도 처음으로 가보았다. 물론 패배요정의 쓰라림을 맛보긴 했지만 말이다. 2024년도 최강야구 개막을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다.)